어른 중심의 사회에서 어린이들은 천덕꾸러기가 되기 십상이다. 박물관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린이들은 이것저것 궁금하고 신기한 게 많아서 물어볼 것도 많고 감탄할 것도 많지만 어른들은 소란스럽다고 눈살을 찌푸리기 일쑤다. 국립민속박물관이 오는 17일 개관하는 '어린이 박물관'은 그래서 주목할 만하다. 어린이의 눈높이와 학교 교과를 반영한 '맞춤형' 문화공간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민속박물관 옆에 2층 건물을 신축,1백30여평의 전시공간을 확보한 어린이 박물관은 초등학교 사회 교과를 반영한 전시 구성으로 '수업 도우미' 역할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체험이 가능하도록 꾸며졌다. 전시 공간은 크게 도입 공감 이해 전승의 네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에서도 의생활 주생활 식생활 관련 민속을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이해 부분은 어린이 박물관의 핵심 공간.'우리의 맛''우리의 집''우리의 멋'이라는 이름 아래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영상을 통한 민속체험 코너와 어린이들이 직접 만지며 만들어볼 수 있는 체험 코너들이 수두룩하다. '우리의 맛' 코너에서는 주식인 쌀과 보리 콩 조 팥 등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실물과 영상물로 보여준다. 쌀의 경우 겉껍질 상태와 현미 백미를 함께 보여주고 작은 볍씨에서 큰 벼로 자라기까지의 과정을 플래시 기법의 영상물에 담았다. 배추김치 깍두기 총각김치 동치미 등의 각종 김치를 담그는 과정과 차례상·돌상을 차리는 방법,간장 고추장 된장 등 각종 장 만드는 방법 등도 영상물과 패널로 설명한다. '우리의 집'은 체험 코너가 대부분이다. '한 장 한 장 집을 지어요'에서는 투명지로 된 책장을 넘길 때마다 기와집 초가집 등이 6단계로 완성된다. '뚝딱뚝딱 집을 지어요'는 블록 맞추기 방식으로 집짓기를 체험하는 코너다. 의생활과 관련해서는 민속아바타 영상물을 이용해 12가지씩의 남녀 전통의상을 어린이들이 직접 입혀볼 수 있도록 했다. 이밖에 '풍속화에서 찾아보는 건축도구''소품으로 만져보는 옛날 어린이의 생활' 등은 진열장 밖으로 나온 민속자료를 직접 만져볼 수 있게 배려했다. 한편 오는 2005년 6월 서울 용산에 신축 개관하는 국립중앙박물관도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고고학 중심의 어린이 박물관을 별도로 마련한다. 3백20평의 전시공간과 교육 및 부대공간 등 총 7백69평 규모로 꾸며지는 어린이 박물관은 어린이들의 흥미를 끌어내도록 32개 소주제별로 유물을 전시,체험토록 할 계획이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