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소설가 성석제씨는 평범한 일상을 뒤집는 재치와 유머로 읽는 이를 유쾌한 웃음바다로 이끈다. "나는 왜 언제나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 것을 혼자서 궁금해하면서 우두망찰하는가"라는 스스로의 의문처럼 그는 언제나 주변의 것들을 의심하고 파헤치려 웅크리고 있는 듯하다. 그러한 작가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하고 의식을 치고 지나가는 존재들은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 여기에 성석제식의 풍자와 해학이 버무려지면 소설의 외양을 띠고 새롭게 태어난다. 그의 신작 소설집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문학동네,8천8백원)에도 '성석제식 세상보기'가 잘 드러난다. 이 소설집에는 원고지 10장 내외의 짧은 소설 22편이 실려 있다. 그의 이번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다양하다. 라면 한 그릇에 감동하는 어린 군인,'어버이 은혜'밖에 부를 줄 모르는 진정한 음치,호의에 익숙지 않은 정감 있는 조폭,자기 일은 뒷전인 채 남의 일에 훈수 두는 재미로 사는 사람들 등 흔치는 않지만 어디에선지 한번쯤은 봤음직한 인물들이다. 작가의 시선은 상당 부분 이러한 사람들과 얽힌 기억이나 추억에 집중돼 있다. 이런 사람들을 통해 작가는 옛날을 돌아보기도 하고 독자가 웃기 전에 먼저 웃어버리기도 한다. 시인 이문재씨는 성씨에 대해 "그의 글은 위험하다.폭발물이기 때문이다 … 그런데 이상하게도 독자들은 그토록 부상-재채기처럼 연속적으로 터져나오는 웃음 말이다-을 당하면서도 책을 덮지 않는다.웃음 폭탄 세례를 받을 때마다 나와 너,이웃과 세상이 전혀 새롭게 보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