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우연속에서 어떤 질서를 느낄때 우리는 그것을 필연이라고 부른다."클래식"은 우연속에서 찾아진 보석같은 필연에 관한 이야기이다.또한 그 우연이 아주 짧은 시간에 질서를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오랜 시간을 두고 필연으로 발전해가는 것이란 생각을 담고 있는 영화이다." 곽재용감독은 신작멜로 "클래식"의 연출노트에 이렇게 적고 있다. 이 영화는 60년대말에 청춘을 보낸 세대와 밀레니엄세대의 사랑이 교차하면서 우연과 필연의 만남을 변주한다. 곽감독의 전작 "엽기적인 그녀"에 비해 "눈물"이 훨씬 많아졌다. 배우들의 감정을 끄집어내 원하는 모양새로 빚어낼 줄 아는 곽감독은 특유의 솜씨로 손예진 조승우 조인성 등 젊은배우들의 장점을 잘 살려낸다. 각본은 정교하며 향수를 불러오는 복고풍 색감도 잘 살아났다. "클래식"은 21세기초의 대학생 지혜(손예진)와 상민(조인성),60년대 고교생이던 지혜 어머니 주희(손예진)와 준하(조승우)간에 얽힌 사랑의 역사를 탐색하고 있다. "엽기적인 그녀"에서 남성 견우의 내레이션으로 풀어가던 진행과는 달리 여기서는 지혜의 내레이션으로 30여년간의 시공을 넘나들며 현대와 과거를 잇는 사랑의 필연성을 찾아낸다. 이 영화는 진실한 사랑은 순간의 감정이 아니라 시대를 초월해 전해지는 마음이라고 말한다. 두쌍의 커플이 보여주는 과거와 현대의 사랑은 "영혼을 장악하는" 감정의 흐름면에서는 동일하다. 그러나 과거의 사랑(주희와 준하)은 훨씬 대담하고 적극적이다. 연인들은 사랑에 혼신을 쏟기에 서로의 상처를 감내할 수 있다. 진정한 사랑이란 이처럼 클래식(고전적인)한 모습이라고 말하는 듯 싶다. 현대의 연인(지혜와 상민)들은 "상처받지 않는" 관계를 원하기에 소극적이며 마음을 감추려고 든다. 이들은 사랑과 우정의 방정식을 푸는 해법도 다르다. 삼각관계에 봉착한 옛연인들은 사랑때문에 우정을 희생시킬까 번민하면서 자기희생을 선택한다. 하지만 현대의 커플들에게 우정과 사랑은 완전히 별개다. 사랑을 대물림하는 영화적 장치와 소품들은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옛연인이 주고 받던 "목걸이"와 "편지"는 현대의 커플들에게로 전해져 용기를 북돋워주는 역할을 한다. 시냇가의 나무다리는 연인들의 마음을 이어주는 가교구실을 한다. 옛연인들이 첫사랑의 불길을 댕긴 장소이자 현대의 커플이 사랑을 확인하는 곳이다. 과거의 장면에 등장하는 쇠똥구리와 반딧불이,물방게 등의 곤충들은 추억의 시대를 증언하는 소품들이다. 이들 곤충이 지금은 멸종위기에 처한 희귀생물이란 점에서 과거는 그만큼 소중한 것임을 알려준다. 또 이 시기의 등장인물 뒤에는 영화 "클레오파트라"와 "로마의 휴일" 등의 포스터들이 붙어 있다. 두 영화가 모두 맺어지지 못하는 연인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과거 주인공의 사랑은 실패할 것임을 예고하는 복선이다. 비는 사랑을 연결하는 가장 중요한 장치다. 과거와 현대의 연인들은 모두 소나기를 계기로 함께 감정을 나누고 깊어진다. 두쌍의 연인들이 빗속에서 만나는 대목은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에 대한 경배로 비쳐진다. 30일 개봉,12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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