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소설 '갑오농민전쟁'의 저자인 월북작가박태원(朴泰遠,1909∼1986)씨는 실명한 상태에서 생을 마감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같은 사실은 평양에 살고있는 박 씨의 의붓 딸 정태은씨가 북한의 무소속 대변지 '통일신보' 최근호(2002.12.28)에 기고한 '나의 아버지 박태원'이라는 제목의수기에서 드러났다. 정씨는 수기에서 "1958년에 이미 실명이 눈 앞에 있다는 무서운 선고를 받고 창작을 다그친 아버지는 '계명산천은 밝아 오느냐' 1,2권이 발표된 후 시력이 급속도로 악화되어 1966년에는 겨우 명암을 분간할 수 있을 정도였고 1970년에는 완전실명에 이르렀다"고 회고했다. 박 씨는 '갑오농민전쟁'을 애초 16권의 장편역사소설로 창작할 계획을 세우고 1부로 '계명산천은 밝아오느냐'(1, 2권)를 집필했으나 실명으로 인해 결국 전 3부작으로 끝을 맺게 됐다고 정 씨는 밝혔다. 박 씨는 전봉준, 이순신 장군, 세종대왕을 역사소설로 그리기를 원했다고 그는 소개했다. '갑오농민전쟁'은 박 씨가 실명함에 따라 1977년부터 1984년말까지 그의 처인권영희에게 구술해 집필했으며 마지막 3부는 박 씨가 사망한 뒤인 1987년 1월에 간행됐다. 박 씨는 1986년 7월10일 사망, 평양 신미리 애국열사릉에 안장됐다. 북한은 지난해 4월 김일성 주석의 90회 생일(4.15)을 맞아 그에게 '조국통일상'을 수여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두환 기자 dh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