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여성들에게 가장 사랑 받았던 패션 상품은 무엇일까. 오브제 XinX 조앤루이스 오즈세컨 미샤 바닐라비 A6 등 여성복 브랜드 디자이너들은 페전트 블라우스와 빈티지 데님을 최고 히트상품으로 꼽는다. 오브제의 김량희 팀장은 "하늘거리는 전원풍 블라우스(페전트 블라우스)가 봄부터 가을까지 패션리더들의 상반신을 점령했다면 빛바랜듯 낡아 보이는 빈티지 데님이 일년 내내 하반신을 차지했다"고 말한다. 두드러진 추세로는 낭만적이고 귀여운 느낌의 로맨틱 룩,경쾌한 스포츠 아이템과 여성적 이미지를 결합한 스포티브 스타일을 꼽을 수 있다. 이밖에 섬세한 핸드 크래프트 제품과 같이 "손맛"이 담겨 있고 희소가치가 놓은 디자인과 블루종,카고 팬츠 등 실용성을 살린 아이템이 주목받았다. 이처럼 다양한 디자인이 인기를 얻은 반면 "대박" 상품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도 2002년 패션계의 특징이다. XinX의 손안나 팀장은 "지난해만 해도 수백장이 한꺼번에 팔리고 재주문을 반복할 정도로 인기를 누린 제품이 있었는데 올해는 그런 효자상품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옷을 고를 때 유행보다 개성을 중시하는 요즘 소비자들의 패션의식 변화 때문이라는 게 손 팀장의 설명. 그는 또 "정장처럼 상하 한 벌의 세트상품보다는 티셔츠 청바지 등 단품 판매 비중이 높아졌으며 파티용 드레스처럼 소량으로 특별히 만든 이벤트성 제품의 반응이 좋았다"고 전했다. 1. 페전트 블라우스 우리나라 여성들의 과감한 노출을 이끈 패션 아이템. 어깨를 드러낸 대담한 노출로 섹시한 멋을 풍기면서도 옷 전체에 잔잔하게 잡힌 주름이 귀여운 소녀 이미지를 살려준다는 이중적인 매력이 여성들의 구매욕구를 자극했다. 어느 옷에나 잘 어울리고 체형의 결점을 커버해준다는 점도 장점. 바닐라비 abf.z 오브제 미끄마끄 조앤루이스 등 거의 모든 여성복 브랜드에서 페전트 블라우스를 내놓았다. 2. 빈티지 데님 오래된 듯 익숙해보이는 빈티지 패션은 올해 영 패션을 이끌었던 트렌드다. 히피와 보헤미안의 정서에 동조하는 젊은이들은 깨끗하고 반들반들해 보이는 옷보다는 10년쯤 입은 것처럼 낡아 보이는 빈티지 룩을 선호했다. 수차례 특수가공을 거쳐 만드는 빈티지 데님은 낡아 보이지만 가격은 일반 데님의 2배가 넘는다.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큰 인기를 끌었다. XinX의 경우 50만~70만원대 "럭셔리 진" 1백장을 한달만에 팔아치우기도 했다. 3. 스포츠룩 월드컵 열풍을 타고 스포츠 룩이 주목받았다. 운동복에서 디자인을 그대로 따온 티셔츠가 최고 인기 아이템. 한쪽 소매엔 레이스를,다른쪽 소매엔 숫자를 새기거나 티셔츠 위에 스팽글을 다는 등 역동적인 스포츠 이미지와 여성적인 이미지를 혼합한 디자인이 인기를 끌었다. 소매에 러플을 단 면 스판 소재 셔츠,한쪽 어깨에서 사선으로 떨어지면서 프릴 장식된 톱,한쪽 어깨와 옆선 한쪽에 주름을 잡아 비대칭 라인의 묘미를 살린 런닝 셔츠 등이 대표적인 예다. 4. 블루종 경쾌한 점퍼 스타일의 블루종이 가을 거리를 점령했다. 터프한 점퍼 스타일과 등 부분을 부풀린 여성스런 블라우스 형태의 블루종은 스커트나 데님 팬츠,코듀로이 팬츠,실크 블라우스 등 어디에나 믹스 매치할 수 있다는 범용성으로 패션리더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5. 핸드 크래프트 아이템 대학로 홍대앞 등 대학가에서 특히 사랑받은 스타일. 영캐주얼 데얼즈는 지난 여름 핸드크래프트 기법을 사용한 7가지 디자인의 청바지를 스타일 당 10~15장씩 내놓았다. 이 청바지들은 30만원을 호가하지만 내놓기가 무섭게 팔려나갔다. 피오루치에서 선보인 데님을 손으로 가늘게 찢고 땋은 다음 구슬을 사이사이에 끼워 만든 청바지를 선보여 모든 매장에서 품절을 기록하기도 했다. 6. 스틸레토 힐 도저히 걸을 수 없을 것만 같은 10~15cm 높이의 하이힐이 여름 거리를 달궜다. 뒷축이 트여 있는 뮬(mule),발목에 끈이 둘러진 스트랩 샌들,발꿈치 부분을 끈으로 고정시켜주는 슬링 백 등 인기 디자인 모두가 아찔한 스틸레토 힐이었다. 7. 오버사이즈 백 & 숄더백 손에 들러져 있던 가방 끈이 어깨로 옮겨졌다. 숄더백이 다시 인기를 끌었다. 사이즈도 커졌다. 지난 10월부터 판매되기 시작한 루이비통의 "빠삐용 시리즈"와 구치의 "벨 라인",펜디의 "오스트릭백"은 지금까지 주문 대기자 명단이 길게 늘어진 히트 상품이다. 8. 심플 액세서리 불가리 까르띠에 등 고가 보석 브랜드들은 젊은 고객들을 겨냥,기존 상품에 비해 가격대가 낮고 디자인이 단순한 "영 라인"을 선보였다. 특히 화려한 디자인으로 중장년층 고객에게 인기를 모았던 불가리는 1백만원대의 "비제로원 시리즈"를 내놓아 20~30대 소비자를 끌어 들였다. 구치에서 선보인 크로스 펜던트와 루이비통의 첫번째 시계 컬렉션 "땅부르 시리즈"도 빼놓을 수 없는 베스트셀러다. 설현정 객원 기자 hjsol1024@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