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고승들이 국내 출판·서점가의 '스타'로 부상했다. 교보문고가 18일 발표한 올해 베스트셀러 분석자료를 보면 종합 50위권에 스님이 쓴 책이 세 권 포함됐다. 베트남 출신의 고승 틱낫한 스님(76)이 쓴 '화'(명진출판,9위)와 티베트의 영적 지도자 달라이라마(67)의 가르침을 담은 '달라이라마의 행복론'(김영사,20위),법정 스님의 '무소유'(범우사,26위) 등이다. 이 가운데 지난 99년 8월 출간된 스테디셀러 '무소유'를 뺀 두 스님의 책은 올해 베스트셀러에 오른 인기작이다. 출판사측에 따르면 18일 현재 '화'는 45만부,'달라이라마의 행복론'은 34만6천여부가 팔렸다. 지난 4월 출간된 '화'는 독자들의 입소문이 만들어낸 베스트셀러다. 출간 초기 별다른 광고도 하지 않았지만 입소문을 타면서 판매량이 급상승했다. '화'의 인기를 계기로 이미 출간됐거나 이후에 나온 틱낫한 스님의 책들이 동반상승 효과를 누렸다. 올들어서만 '화'를 포함해 틱낫한 스님의 책이 8권이나 출간됐고 '틱낫한의 평화로움'(열림원)은 지난 92년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것을 다시 출간해 인기를 누리고 있을 정도다. 김영사가 지난 6월 낸 '마음에는 평화 얼굴에는 미소'도 8만4천여부가 팔려나갔다. 때문에 틱낫한 스님의 책을 내기 위한 출판사간 경합도 치열해져 통상 1천5백∼2천달러 정도인 선인세가 1만달러 이상으로 급등했다. 지난해말 출간된 '달라이라마의 행복론'은 달라이라마와 정신과 의사 하워드 커틀러간의 대화를 통해 진정한 행복을 위한 길을 가르쳐주는 책. 출간 직후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하다가 올해 초부터 상승세를 타 지금도 하루 1천권 가까이 나가고 있다. 또 도올 김용옥씨가 쓴 친견기 '달라이라마와 도올의 만남'(통나무)도 종교 부문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인터넷 교보문고에 따르면 지금까지 출간된 달라이라마 관련서 21권 가운데 올해 출간된 책이 8권에 이를 만큼 인기가 높다. 한편 성철 스님의 상좌인 원택 스님이 큰스님을 곁에서 모신 일화를 정리한 '성철 스님 시봉이야기'(김영사)도 1,2권을 합쳐 24만부 가량 팔렸다. 또 성철 스님의 가르침을 쉽고 간결하게 정리한 '이뭐꼬'(김영사) 역시 지난 10월 출간 이후 하루 평균 2백부 가량 팔리면서 호평을 받고 있다. 이처럼 스님들의 책이 상승 행진을 지속하고 있는 데 대해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류의 성공지향적인 책을 보던 사람들이 자기 존재에 관한 근본적인 이해가 필요함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한편 이같은 열기는 새해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명진출판은 내년 3월말쯤 틱낫한 스님의 방한을 추진중이며 중국 정부의 압력으로 미뤄져온 달라이라마의 방한도 내년에는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 한나라당 이회창·민주당 노무현 대통령 후보도 달라이라마의 방한에 대해 '종교적인 차원이라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또 내년은 성철 스님의 열반 10주년이어서 이래저래 이들 스님의 책은 인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