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표산업이 풍납토성 성벽 바로 바깥쪽 해자 추정 지역에 추진하려던 사옥 건축 계획이 이미 건축허가까지 난 상황에서 무산됨에따라 이런 사태를 초래하는 직접 원인을 제공한 졸속 시굴 및 이를 주도한 서울 K대학 C교수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여론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더구나 삼표산업 사옥 부지뿐만 아니라 풍납토성 주위에는 해자가 있을 가능성이 없다는 C교수의 시굴 보고서를 토대로 이미 건축허가를 받아놓은 풍납토성 인근다른 지역의 재건축아파트 건축 계획 또한 무산될 것이 확실시됨에 따라 졸속 시굴에 대한 책임론이 더욱 불 붙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번 사옥 건립 계획 무산은 지난해 9월 문제의 C교수가 서울시의 건축 허가를 앞두고 건축 예정지에 대해 실시한 '약시굴'이 결정적 빌미를 제공했다. 당시 C교수는 삼표산업 사옥 부지를 비롯해 재건축아파트 예정지 3곳 등 모두 4곳의 풍납토성 성벽 바깥 일대 대규모 건축 예정지에 대한 해자 존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약시굴'을 벌였다. 서울시 의뢰로 약시굴자로 선정된 C교수는 조사 결과 이들 4곳 모두 "해자 없음"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조사 결과를 서울시에 제출했다. 이에 서울시는 이러한 C교수의 견해를 전적으로 받아들여 건축 허가를 내줬다. 삼표 사옥의 경우 약시굴 조사가 마무리된 두 달 뒤인 지난해 11월에 건축허가가 났고 이어 지난 7월에는 착공신고까지 마쳤으며 8-9월에는 기존건축물을 철거하는 한편 터파기 공사도 벌였다. 하지만 C교수가 서울시에 제출한 약시굴 보고서에는 분명 삼표산업 사옥 부지에서 두터운 뻘층이 확인됨으로써 이곳에 해자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증거가 나왔음에도 이는 해자가 아니라 자연 도랑의 흔적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C교수는 이 뿐만 아니라 풍납토성 동쪽 성벽 인근에 추진 예정인 재건축아파트예정지에서는 지하 5m 가량만 파고 내려간 상태에서 조사를 종결하고는 해자가 없다는 견해를 제출했다. 이러한 조사 결과가 문제가 많다는 지적은 이미 언론에서도 제기했다. 당시 언론은 첫째, 삼표 사옥 예정지에서 확인된 뻘층이 해자일 가능성이 크며, 둘째, 풍납토성 해자는 적어도 5m 이상을 파고 내려가야 확인 여부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C교수의 견해를 전폭적으로 수용해 건축허가를 내줬다. 이런 상황에서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삼표 사옥의 본격 공사를 앞두고 시굴을 벌인 결과 우려했던 대로 백제시대 해자는 지하 8-9m나 내려간 곳에서 확인됐다. C교수가 약시굴을 벌인 다른 세 지역 또한 지하 훨씬 아래층에 해자 흔적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따라 졸속 시굴을 벌인 C교수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비난이 문화재 관련 인사들 사이에서 대두하고 있다. 사옥 건축이 무산된 삼표산업은 지금까지 사옥 건립을 위해 수십 억원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건축허가를 내 주지 말지, 어디가서 보상을 받아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taeshi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