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여행하면 으레 세계 7대 불가사의 중의 하나인 앙코르와트 사원을 떠올린다. 이 때문에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 관광은 소홀히 하고 왕코르와트만을 보고 태국이나 베트남으로 이동하는 관광객들이 많다. 내전으로 얼룩져 치안이나 경제상태가 엉망이라고 지레짐작하기 때문. 하지만 '동양의 파리'로까지 불렸던 프놈펜의 영화가 그리 쉽게 사라질 수 있을까. 내전의 상처를 치유하며 열심히 살아가려는 그들의 모습은 우리에게 잊혀졌던 향수를 떠올리게 한다. 프놈펜의 포첸통 공항에서 번화가인 모니봉 거리까지는 승용차로 30분 거리. 그러나 이건 1년 전 얘기다. 지금은 출퇴근 시간이면 어김없이 차가 막혀 족히 1시간 이상은 걸린다. 불과 1년 사이에 불어닥친 캄보디아의 변화는 그 어느 동남아시아보다 빠르고 급속하다. 11월4일과 5일 열린 제8회 아세안정상회담과 아세안+3정상회담은 이제 캄보디아는 더 이상 내전이 없는 평화적인 나라라는 인식을 심어준 역사적 사건이었다. 관광객의 수도 급증하고 있다. 올해 80만명의 관광객이 다녀갔는데 내년에는 100만명을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1년 전 6개에 불과했던 한국식당이 15개로 늘었고,한국인이 운영하는 호텔도 1개에서 4개로 늘어난 것도 이런 추세를 반영하고 있다. 교민협회 수석부회장인 전병만씨는 "상실됐던 한국과의 직항노선만 개설된다면 캄보디아만큼 매력적인 관광지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민들은 대부분 "프놈펜의 치안이 불안정해 여행객이 밤길을 혼자 다니면 위험하다"고 알려져 있는 것은 잘못된 상식이라고 입을 모은다. 우범지대 몇곳을 제외하면 위험한 곳이 전혀 없는데,이는 캄보디아 국민들이 비록 오랫동안의 내전을 겪어 생활고에 시달리지만 천성이 순박하고 밝기 때문이라고 한다. 메콩강변과 독립기념탑 부근의 잔디밭에는 데이트족과 바람을 쐬러 나온 가족들로 붐비고,인근에 과일이나 빵,삶은 고기 등을 파는 노점상이 즐비해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프놈펜의 주요 관광코스는 왕궁을 비롯 폴폿 정권 때 프놈펜 시민을 가장 많이 학살했던 투얼 슬랭 수용소,시신이 가장 많이 발굴된 킬링 필드,우리의 남대문 시장 같은 센트럴 마켓과 러시안 마켓,우날롬과 프롬 사원 등이다. 하지만 프놈펜 관광의 하이라이트는 시내를 돌아다니며 만나는 조악하고 값싼 물건들,순박한 시민들,우리네 60년대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거리와 집들이다. 비록 모토를 타라고 권하거나 물건을 사라고 귀찮게 굴기는 하지만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밝게 살아가려는 이들의 모습은 우리에게 향수를 느끼게 하기에 족하다. 밤에 메콩강변을 거닐어 보는 것은 프놈펜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정취다. 강변을 중심으로 외국 관광객들이 몰리는 카페촌들이 즐비하며 레스토랑과 바에는 늘 활기가 넘친다. 특히 폴폿 시절 외국 특파원들이 기자클럽으로 사용했던 'FCC'는 당시의 사진과 자료,책 등이 보관돼 있으며 스테이크가 맛있기로 정평이 나 있다. 시간에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스피드보트를 타고 씨엠리엡까지 가보길 권한다. 주변에 펼쳐진 메콩강변의 모습과 톤레삽 호수가 5시간 반의 여행을 인상적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4번 국도를 타고 캄보디아 유일의 바닷가 휴양지인 시아누크 빌까지의 여정은 시골의 정경을 가까이서 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평화롭다. 찾아가는 길: 서울에서 프놈펜까지는 아직 직항 노선이 없다. 하노이나 방콕에서 갈아타야 하는데,도중에 홍콩에서도 갈아타는 경우도 있어 10시간 정도 걸린다. 캄보디아의 상품은 아직까지는 방콕에서 앙코르와트까지 왔다 가는 코스만 나와 있다. 하지만 프놈펜으로의 관광 상품을 주선해주는 여행사는 많다. 직항노선이 없어 비행기 요금이 비싼 것이 흠이나 프놈펜에서의 관광비용은 그리 비싸지 않다. 기사 딸린 승용차와 현지인 영어 가능 가이드를 고용할 경우 하루에 50달러가 넘지 않는다. 글=장인석(객원기자) 여행문의=캄보디아관광청(02-778-6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