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동화속의 여주인공 신데렐라는 멋진 왕자를 만나 하루아침에 팔자를 고친 운좋은 여자다. 그러나 과연 이것이 신데렐라의 참모습일까. 조금만 관점을 달리 하면 신데렐라만큼 자기자신에게 당당하고 자기원칙에 충실한 여자도 드물다. 신데렐라는 아버지의 죽음으로 졸지에 귀염받는 딸에서 하녀신세로 전락했지만 자신의 불행에 좌절하거나 신세를 한탄하며 눈물로 세월을 보내지 않았다. 대신 언젠가 밝은 미래가 찾아올 것을 굳게 믿었다. 신데렐라의 자신감은 마법사로부터 비롯된 뜻밖의 행운도 기회로 만들었다. 그녀는 왕자와 춤을 추다 마법사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밤 12시가 되자마자 자리를 박차고 집으로 돌아간다. 보통의 여자같으면 마법사와의 약속은 무시한 채 왕자님과의 춤에 계속 빠져 있었을 지도 모를일이다. 당당한 신데렐라는 왕자의 팔에 매달려 "끔찍한 삶에서 날 좀 구해주세요"라고 애걸하지도 않았다. 진정 자신을 좋아한다면 다시 자신을 찾아올 거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스무살이 넘어 다시 읽는 동화"(웬디 패리스 지음,변용란 옮김,명진출판,8천원)는 우리에게 친숙한,그래서 때로는 진부하다고 오해받기도 하는 동화 10편을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그 속에서 사랑과 인간관계의 법칙을 조명한 어른들을 위한 동화책이다. "미녀와 야수"의 여주인공은 세상앞에서 흉칙한 외모로 따돌림당하는 남자를 따뜻한 시선으로 감싸준다. 상대방의 단점보다는 장점을 눈여겨 본 그녀의 행동은 결과적으로 야수의 내면은 물론 외모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변화시킨다. 패리스 식으로 재해석된 이 책의 등장인물들은 "동화속 여주인공들은 예쁜 얼굴 하나로 남자를 사로잡았다"는 과거의 선입견도 깨트린다. 지금까지 동화속 여주인공들은 나약하고 수동적이며 타인에게 의존적으로 묘사돼 왔지만 패리스가 보여주는 주인공들은 한결같이 자신감이 충만하고 타인을 배려할 줄 알며 자기원칙이 뚜렷한 사람들이다. 이 책에 담긴 열편의 동화는 사람과 사람이 관계를 맺고 유지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자세와 노력이 필요한지를 설득력있게 보여준다. 또 사랑으로 고심중인 모든 이들에게는 성공적인 연애를 위한 힌트도 제공해 준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