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은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다도 좋다"로 시작되는 서정윤(45)씨의 시집 "홀로서기"가 새롭게 단장돼 나왔다. 문학수첩에서 출간한 "홀로서기 시선집"은 과거에 발표했던 시중에서 시인 스스로 68편을 가려뽑아 다시 손을 본 것이다. 과거 작품과 차이가 있다면 의도적으로 시를 쉽게 썼다는 점이다. 시인은 평이한 시어와 담담한 어조로 시를 엮어 나간다. 고급스런 시의 문법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기피했을 법한 "살아남기 위한/인간이 되자","누구보다도 열심히 사랑을 하자""좀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등과 같은 시어도 과감히 쓴다. 이는 막연히 시를 어렵게 여기는 독자들에게 보다 친근하게 다가서기 위한 작가 나름의 고민의 결과로 보여진다. "홀로서기"가 처음 세상에 선을 보인 것은 지난 87년. 민주화의 열기가 한창 뜨거웠던 당시 이 시집은 발표되자마자 베스트 셀러에 올랐다. "홀로서기"라는 말 자체가 하나의 사회적 유행어로 자리잡았을 정도였다. "홀로서기"는 청하출판사에서 2권까지 출간돼 모두 1백70여만부가 팔렸다. 이후 93년 문학수첩이 3권을 출간,올해까지 1백30여만부를 판매함으로써 전체 판매부수가 3백만부를 넘어섰다. 서정윤 시인은 대구 출신으로 영남대 국문학과 대학원을 나왔으며 월간문예지 "현대문학"으로 등단했다. 그동안 "홀로서기" 시리즈를 비롯해 시집 "가끔 절망하면 황홀하다""슬픈 사랑" 등을 발표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