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에 푸근하게 안긴 채 넓은 호수를 바라보고 있는 스위스의 작은 마을 생 모리츠(St.Moritz). 연중 고른 기후와 풍부한 햇살로 유럽 최고의 휴양지 가운데 하나로 알려져 있다. 마을 곳곳에 남아 있는 오랜 건물들이 고색창연함을 더해주며, 알프스 만년설에서 내려오는 시원한 샘이 자연의 경이를 전해준다. 이곳은 특히 세계적인 부호들과 여유 있는 노후를 보내려는 노인들이 오래 전부터 '낙점'해 놓았을 정도로 평화스러운 마을이다. 때문에 조용함 속에서도 유럽의 어느 도시 못지 않은 화려함이 넘치기도 한다.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의 숍들이 그저 평범한 가게처럼 늘어서 있는 것은 이 마을만의 독특한 풍경이다. 여행자들의 아늑한 쉼터가 되어 주는 호텔만 무려 42개. 팔레스, 쿰 등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초특급 호텔들부터 산장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이국적 호텔까지 다양하다. 초특급 호텔들은 1층 쇼핑 아케이드에 샤넬, 구찌, 막스마라 등 명품 브랜드 숍을 거느리고 있는 것이 특징. 특히 팔레스호텔은 유럽 귀족들의 예약이 끊이질 않고, 실베스타 스텔론, 조지 클루니 등 헐리우드의 스타들이 매년 송년회를 여는 곳이다. 'Palace'라는 이름에서 연상되듯 고성을 닮은 외관과 그에 어울리는 고풍스러움으로 꾸며져 있다. '고급스러운' 휴가는 쇼핑과 호텔뿐만 아니라 거리에서도 여전하다. 중앙 광장과 샘을 둘러싸고 있는 노천 카페는 가장 환한 햇살을 받고 있는 곳. 생 모리츠 관광성의 해럴드씨는 "정오가 지나면 점심 식사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빈자리를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라며 이 곳의 풍경을 전한다. 여기저기에서 휴식과 레포츠를 즐기다 따뜻하게 빛나는 태양을 찾아 모여드는 사람들. 도로에는 고급 스포츠카와 중후한 세단들이 지나쳐 가며 '생 모리츠 다운' 풍경을 더하고 있다. 한가로이 에스프레소 한 잔에 스위스 초콜릿을 맛보는 사람들 사이로. 계절에 따라 즐기는 다양한 레포츠가 휴식의 묘미를 더한다. 여름이면 알프스 산악에서 즐기는 트레킹과 자전거 하이킹, 산악 오토바이 등이 인기 레포츠. 유럽 특유의 고급스러운 취향이 잘 묻어 나는 요트, 승마, 폴로, 올드카 랠리, 그레이 하운드 경주 등도 매년 개최된다. 하지만 생 모리츠는 뭐니뭐니해도 겨울 스포츠의 천국. 스키와 썰매, 봅슬레이 등을 즐기기 위해 세계 곳곳에서 사람들이 모여든다. 올림픽 사상 유례가 드문, 1928년, 1948년 두 번의 동계올림픽 개최가 진가를 확인시켜 준다. 세계 최초의 스키학교가 설립되었던 전통은 내년이면 세계스키챔피언십 개최로 이어질 것이다. 1년 365일 가운데 320일 이상 맑고 투명한 햇살이 내려 쬐는 축복 받은 마을 생 모리츠. 빙하 특급의 종착역인 이 곳에서 알프스의 맑은 공기로 호흡하며 도시에서 맛볼 수 없는 화려한 휴식이 기다린다. 남기환 (객원기자) 취재협조 =스위스 정부관광청 한국사무소(02-739-00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