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을 쐈을 때의 느낌은 물 속에 손을 집어넣고 휘저었을 때 느껴지는 감촉과 비슷해서 달콤한 맛이 있다고 한다. 마치 한 번 빠지고 나면 헤어나기 힘든 마약처럼 사격은 몸과 마음을 한꺼번에 사로잡는 매력이 있다. "땡포를 면하려고 사격장에 와서 스트레이트를 향해 노력하는 거지요." 클레이사격을 즐기는 사람들은 대부분 수렵인들이다. 수렵현장에서 힘들게 표적을 찾아내고도 번번이 고배를 마셔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사격술을 연마하기 위해 사격장에 온다. '땡포'는 사격술이 형편없는 사람을 일컫는 말. '스트레이트'는 클레이사격의 한 라운드(25발)를 모두 명중시켰을 때를 의미한다. 스트레이트를 한다는 것은 골프의 홀인원처럼 평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경사스러운 날이다. 요즘에는 총의 성능이 향상되면서 늘어났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격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선수들조차 스트레이트를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경기에서 25발을 모두 명중시켜 만점을 받는 날에는 선수의 신발을 벗겨 공중에 던진 뒤 총으로 쏴 축하를 해주는 사격인들만의 전통이 있다. 평생을 사격인으로 살아온 대한수렵관리협회 김철훈 전무가 지난 93년 태릉 사격장에서 결혼식을 올릴 당시,김 전무의 사격 선후배들은 신랑과 신부의 신발을 벗겨 공중에 걸어 놓고 총으로 쏴 축하를 해줬다고 한다. 산탄총으로 날아가는 접시(clay) 타깃을 쏘아 맞추는 클레이사격은 살아있는 비둘기를 타깃으로 한 유럽 귀족층의 놀이에서 시작됐다. 흑인이 대부분이었던 하인들이 직접 접시를 던져주면 사격을 하는 형태였다. 클레이사격은 움직임이 많은 육체적인 운동이 아니기 때문에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다는 것이 매력이다. 육체운동이라고는 무게 3.8kg의 총을 들고 사대를 옮겨가며 사격을 하는 것이 전부다. 김철훈 전무는 '사격은 감정과 이성의 갈등 속에서 억제력을 배우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사격을 할 때는 움직이는 표적을 응시해야지 총의 가늠쇠를 보면 빗나가게 된다. 클레이사격은 조준된 표적을 확인하기 위해서 가늠쇠를 보고 싶어하는 욕구를 참아야 하는 억제력이 필요하다. 김 전무는 "마치 맛있는 음식을 삼킬 때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음식을 입 밖으로 다시 꺼내지 않고 그대로 삼켜야 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흔히 사격이란 정확성만을 요구하는 육체적인 스포츠로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더욱 중요한 정신적인 스포츠라는 설명이다. 현재 상시적으로 클레이사격을 즐기는 생활체육인은 5백 여명. 이 중 80~90%가 수렵인이다. 친구들이나 직장동료들과 함께 가끔씩 사격장에 오는 사람들까지 합하면 대략 2천명 이상이 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클레이사격은 날아가는 접시를 부수는 통쾌한 느낌이 있는 스포츠다. 일상의 스트레스를 말끔히 해소해 주는 효과는 물론 맑은 공기속에서 건강도 다질 수 있다는 점이 매력. 살상무기인 총을 다루기 때문에 조심성과 신중함도 길러진다. 체력과 기술,정신력을 총 동원해 표적을 맞추는 과정에서 집중력 판단력 자제력 등을 기르는 데도 좋다. 글=정경진(객원기자) 취재협조=국민생활체육 전국사격연합회(02-971-9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