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화가 파블로 피카소는 이야기의 보고(寶庫)다. 그에 대한 책이 미켈란젤로와 레오나르도 다 빈치에 관한 책을 합친 것보다 많을 정도다. 입체주의의 혁명가,장르 파괴자,인간과 사물의 내면을 통찰한 사람 등 여러 각도에서 조명돼온 결과다. 피카소에 관한 세 권의 책이 '또' 나왔다. '나의 할아버지 피카소'(마리나 피카소 지음,백선희 옮김,효형출판,8천5백원) '피카소의 이발사'(모니카 체르닌 외 지음,박정미 옮김,시공사,9천원) '아인슈타인,피카소-현대를 만든 두 천재'(아서 밀러 지음,전영목 옮김,작가정신,2만2천원) 등이다. ▶나의 할아버지 피카소= 피카소의 손녀 마리나의 눈으로 본 할아버지 이야기다. '나'가 아니라 '피카소'의 이름으로 살아야 했던 한 가족의 고통스런 세월이 그려져 있다. 무능력한 아버지와 정신착란 증세가 있는 어머니 밑에서 자란 마리나에게 할아버지는 두렵기만 했다. 마리나는 "자신의 작품 속에 갇힌 채 현실과의 모든 관계를 잃고 그 누구도 헤치고 들어갈 수 없는 내면 세계에 틀어박혀 있었던 할아버지에게 가족은 창작을 위해 파괴되어야만 했던 존재"라고 회고했다. ▶피카소의 이발사=피카소와 26년간 그의 머리를 깎았던 이발사 에우헤니오 아리아스의 우정을 그린 책이다. 이들은 30년 가까운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평생 우정을 나눴다. 아버지와 아들 같은 사이로,반파시즘 동지로,투우에 열정을 바치는 스페인 남성으로 피카소의 곁을 지켰던 그는 이 책에서 인간 피카소의 모습을 소개한다. 그간 공개되지 않았던 30여장의 사진자료도 실려 있다. ▶아인슈타인,피카소=피카소는 '천재의 시기'로 손꼽히는 20세기를 빛낸 예술계의 태양으로 그려졌다. 불멸의 작품 '아비뇽의 아가씨들'을 탄생시킨 그의 절정기를 고찰함으로써 당대의 사회적 예술적 지적 분위기와 함께 그가 겪었던 좌절과 불안,환희와 성취를 생생히 그려내고 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