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불교의 종주국인 중국 불교의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공산정권기의 오랜 왜곡과 단절로 인해 중국 불교는 상당히 위축돼 있고 스님들의 수행 정도도 미약한 것으로 알려져왔다. 하지만 부산 해운정사에서 최근 열린 한·중·일 국제 무차선(無遮禪) 대법회(남녀노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선사와 대중들이 한 자리에 모여 문답을 통해 부처님의 진리를 밝히는 자리)에 참석한 중국 조주원 백림선사의 주지 정혜(淨慧.69)스님이 내보인 '견처(見處·깨달음)'는 이같은 평가를 무색케 했다. 임제종과 운문종의 법을 계승한 정혜 스님은 지난 88년부터 임제사와 조주백림선사를 중창하며 하북성 불교부흥사업을 벌였고 '각오인생(覺悟人生) 봉헌(奉獻)인생'을 종지로 하는 생활선으로 중국 불교를 이끌고 있다. "사람의 마음이 평온하지 않으면 세계가 평온하지 않습니다. 진정한 즐거움과 지속적인 평화는 사람 마음 속의 무주(無住) 무아(無我)와 사람간의 화합 평등 관용의 정신에서 옵니다. 따라서 개인의 마음 수양을 강화하는 데서부터 (즐거움과 평화를) 실현해 나가야 합니다." 정혜 스님은 '인성을 끌어올려 불성으로 돌아가자'라는 제목의 설법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개인의 즐거움과 사회의 화합,세계의 평화는 외부의 물질적 수단에 의해서는 해결할 수 없으며 인류가 자기 마음을 더욱 개조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우리들 중생의 한생각(한마음)은 나고 죽음이 없고 더럽지도 깨끗하지도 않으며 선도 아니고 악도 아니지만 중생의 윤회도,부처님의 해탈도 이 한생각에서 말미암습니다. 때문에 이 한생각을 잡아쥐고 선용(善用)하는 것이 중요하지요." 정혜 스님은 "자기의 소질을 향상시켜 자타 관계를 조화롭게 한다"는 말로 불법을 요약했다. 자기의 마음을 정화하고 지혜를 훌륭하게 하고 인격을 아름답게 하는 것,즉 불법의 지혜로써 가정 사회 민족 국가 종교 사람과 자연 등의 관계를 조화롭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혜 스님은 "마음의 평화 없이는 외재적인 평화가 오래 갈 수 없다"며 "마음의 평화는 지금 당장 한생각을 잘 잡아쥐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문이 끝나고 한 수좌가 "옳다고 해도 맞지 않고 그르다고 해도 옳지 않다. 옳고 그른 참진리의 뜻을 말씀해 달라"고 물음을 던지자 정혜 스님은 "할(喝)"이라는 일갈로 답을 보냈다. 이어 서옹 백양사 방장(90)과 진제 해운정사 조실(71),일본의 임제종 묘심사파 대표 종현 스님(54)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간담회에서도 정혜 스님은 자신감에 넘친 어조로 조사선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중국의 조사선은 한국이나 일본보다 앞서 발전해 양국으로 전해졌고 지금은 서방으로 건너가 중국 문화의 정수를 전해주고 있어요. 조사선의 핵심은 무위진인(無位眞人)이 '지금 눈앞'에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 눈앞'의 이 무위진인을 잘 활용하는 게 성불의 지름길인데 참선만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무위진인을 찾기 바랍니다." 정혜 스님은 조사선 전통의 확립을 위해서도 '생활 속의 선'을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신앙심과 인과관념 양심 도덕심의 네 가지를 지킨다면 조사선의 보편화 대중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견해도 내놓았다. 부산=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