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 가장 짙은 서정에 잠기는 가을. 차분하면서 간혹 쓸쓸하기까지 한 런던의 풍경은 전형적인 유럽의 가을이다. 노랗게 물든 고풍스러운 거리를 따라 세계적인 미술관과 박물관들. 대가들의 걸작과 진기한 수집품들을 감상하는 것은 가을이기에 더없이 풍요롭다. 해군제독 넬슨(Horatio Nelson)이 프랑스 해군을 상대로 대승을 거두었던 트라팔가 해전을 기념하는 트라팔가 광장. 내셔널 갤러리(National Gallery)는 이 광장을 전경삼아 위치해 있다. 1824년부터 수집된 유럽의 회화들은 모두 13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걸쳐 탄생한 작품들. 다양한 상징적 기호로 유명한 얀 반 아이크의 과 램브란트의 , 벨라스케스의 등 낯익은 작품들을 비롯해 2천3백여점의 걸작들이 이 곳을 채우고 있다. 밀레, 쿠르베는 물론 피카소와 모네 등 19세기와 20세기를 풍미했던 작가들의 흔적도 확인할 수 있다. 런던을 관통하며 여전히 유용한 수송로로 쓰이는 템즈강. 강을 따라 밀뱅크(Millbank) 지역에 이르면 테이트 갤러리(Tate Britain Gallery)가 모습을 드러낸다. 윌리엄 블레이크나 윌리엄 호가트 등 손꼽히는 작가들의 걸작이 전시돼 있다. 특히 영국이 자랑하는 19세기 화가 터너(J.M.W.Turner)를 위해 따로 컬렉션 하나를 마련하고 있다. 그는 밝은 색채를 이용해 빛살과 물결 등을 과감한 터치로 묘사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20세기 초 이후의 작품들을 집약시켜 놓은 미술관이 테이트 모던(Tate Modern) 갤러리. 옛 화력 발전소를 개조한 탓에 차가운 굴뚝이 고스란히 남은 외관은 모던함을 한껏 강조하고 있다. 야수파의 등장을 시작으로 다다이즘, 초현실주의, 표현주의, 그리고 입체파와 미래파를 거치는 현대 미술의 사조를 이 곳에서 정리해 볼 수 있다. 기인으로도 유명했던 살바도르 달리의 회화와 피카소의 , 몬드리안의 연작 등은 물론, 발표당시 파리의 살롱을 발칵 뒤집어 놓았던 마르셀 뒤샹의 설치작품 (사실은 남자용 소변기)이 시선을 모은다. 대제국을 건설했던 영국이 점령지의 예술품에 얼마나 집착했었는지를 생생히 보여주는 곳이 대영박물관(The British Museum)이다. 람세스 2세 등 이집트 파라오의 두상들과 미이라, 석상 등에서부터 현대의 풍물까지, 일주일이 걸려도 다 못 볼만큼 방대한 전시 규모를 자랑한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신상들과 헬레니즘 시대의 보석, 심지어 아예 신전 하나를 분해한 뒤 원형대로 복원시킨 것들도 있다. 우리의 전통 예술을 소개하는 '한국관'을 따로 두고 있기는 하지만 그 규모나 깊이는 초라하기까지 하다. 빅토리아풍의 아름다운 건물과 그만큼 화려한 소장품들로 여성 관람객들을 매료시키는 빅토리아 & 앨버트 박물관(Victoria & Albert Museum). 빅토리아 여왕과 남편 앨버트 공의 이름을 딴 곳이다. 중국 귀족들의 도자기에서부터 나폴레옹 시대의 장식장과 로코코 양식의 가구는 물론, 유럽의 화려한 철제 문설주 장식품들이 주요 전시품. 전 세계의 생활방식과 공예품들의 행렬은 아예 각 지역과 주요 국가별로 전시실을 따로 마련하고 있다. 이 곳의 한국관은 대영박물관의 한국관보다 먼저 생겼고, 조선조 관리들의 의복과 보석함이 전시되어 있다. 1918년 기증된 고려청자는 늘 관람객들의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재미있는 소장품들을 전시해 가족들에게 인기 있는 곳들도 있다. 마담투소 밀랍인형 박물관(The Madame Tussaud's)은 세계 유명 인사들과 마주하고 있는 착각을 불러 일으키는 곳. 마이클 잭슨, 마릴린 먼로, 교황 요한 바오로2세, 빌 클린턴 등 3백여명의 밀랍인형이 전시되어 있다. 그 생김이 실물과 너무나 닮아 관람객들은 여기저기서 기념 촬영에 여념이 없다. 평일 한 낮에도 입장을 하려는 관람객들이 박물관 앞에 길게 줄을 늘어뜨리고 있는 진풍경이 연출되는 곳이다. ----------------------------------------------------------------- 런던 미술관 박물관 정보 내셔널 갤러리 = Trafalgar Sq, London WC2/ 020 7747 2885/ www.nationalgallery.org.uk 테이트 갤러리 = Millbank,London SW1P 4RG/ 020-7887-8008/ www.tate.org.uk 테이트 모던 갤러리 = Bankside London SE1 9TG/ 020-7887-8008 대영박물관 = 46 Bloomsbury St., London WC1B 3QQ/ 020-7323-8000/ www.thebritishmuseum.ac.uk 빅토리아&앨버트 박물관 = Cromwell Rd., London SW7 2RL/ 020-7938-8500/ www.vam.ac.uk 남기환 (객원기자) 취재협조 KLM Royal Dutch Airlines(02-735-0226), 원 여행클럽(02-463-00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