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전기의 대표적 유학자인 점필재 김종직(1431~1492)을 재조명하는 학술대회가 15일 경남 밀양시청 대강당에서 열렸다. 김종직은 고려말의 정몽주-길재-김숙자-김종직-김굉필-조광조-이언적-이황으로 이어지는 조선 성리학 도통(道統)의 가운데에 있는 인물.영남 사림파의 종주(宗主)이면서 탁월한 문장가로 추앙돼왔다. '점필재 김종직의 역사적 위치와 사상의 탐구'를 주제로 밀양문화원이 주최한 이날 학술대회는 김종직의 학문과 사상 및 업적을 재평가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우성 민족문화추진회장,김충열 남명학연구원장,이수환(영남대) 김태영(경희대) 정익락(영산대) 박병련(한국정신문화연구원) 교수 등이 기조강연 및 주제발표를 맡았다. 이우성 회장은 기조강연에서 김종직의 도학(道學)을 부정하는 일부 견해에 대해 강한 비판을 제기했다. 이 회장은 "요즘 일부 인사들이 우리나라 도학은 한훤당(김굉필)에서 비롯됐으며 점필재와는 무관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참으로 부당한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점필재가 비록 학술적 논변을 담은 저작을 남기지 않고 시문(詩文)을 주로 했지만 도(道)에 가까웠다는 것. 따라서 김종직과 김굉필의 사제관계를 부정한다면 우리나라 학통에 단절이 생기고 유학사의 정통성이 허물어지는 것이라고 이 회장은 강조했다. 김충열 원장은 '한국유교의 도통과 김종직의 위상'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김종직은 조선 유학의 도통 계보에서 관절적 위치를 점하는 도학의 종사였다"고 평가하고 조선 유학은 도를 지키기 위해 수절(守節)과 살신(殺身)을 요구했기 때문에 사화로 점철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영산대 정익락 교수는 김종직의 동국문화에 대한 자각에 주목하면서 "점필재는 국토 산하의 소중함을 알았으며 향토문화에 대한 관심도 컸고 특히 기층민에 대해 강렬한 애정을 보였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문연 박병련 교수는 "김종직은 조선 개국의 명분이었던 민본경세(民本經世)의 맥락과 고려말 이래 재야에서 존숭돼온 절의(節義)의 맥락을 계승해 도덕적 경세유(經世儒)의 모델로 통합해냈다"고 그의 정치사상을 평가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