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젓한 바닷가를 아가씨가 홀로 걷는다. 무리지어 그녀를 따라오는 건 은빛 갈매기들. 퍼덕이는 날갯짓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이탈리아 조각가 줄리아노 반지(71)의 작품이 국내에 소개된다. 서울 청담동 박여숙화랑은 14일부터 31일까지 줄리아노 반지 초대전을 열어 '갈매기와 아가씨' '달리는 남자' 등을 전시한다. 주제는 '인간의 드라마'다. 반지는 대리석, 화강암, 청동, 상아, 나무, 금, 산호 등 다양한 재료를 아름답게 연마해 작업하는 작가. 한 작품에 여러 재료를 혼합해 질감과 색채의 다양성을 추구하기도 한다. 반지가 다루는 소재는 오로지 인간이다. 힘이 넘치고 확신에 찬 사람이 아니라 고통에서 자유롭지 못한 소시민이 조각의 주요 대상이 된다. 이들 인간은 전형적이고 상징적인 존재라기보다 개인적이고 특수한 형상으로 표현되곤 한다. 찰나의 감정이 그대로 나타나 개인이 처한 상황과 심리변화를 읽게 하는 것이다.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조각을 공부한 반지는 고대 이집트에서 현대 조각까지의 흐름을 두루 창작에 반영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대별 사조의 특징을 수용한 뒤 독창적 세계를 일궈내는 데 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4월 일본에서는 전용박물관이 개관돼 그의 성가를 짐작케 한다. ☎ 549-7574~6.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id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