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과 바람과 풍차의 나라, 그리고 히딩크의 나라.' 중세유럽의 건축물들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네덜란드의 수도 암스테르담에 도착하자 한 눈에 들어온 것은 도심에 거미줄처럼 뻗어 있는 운하(運河). 전국토의 대부분이 해수면보다 낮은 이 나라에서 운하는 단순한 교통수단을 넘어 삶의 터전이다. 암스테르담에만 '왕자' '금곡거리' 등 1백여개의 운하가 있으며 이들이 하나로 연결돼 배를 타면 어디든지 갈 수 있다. 유람선에 몸을 싣자 운하가 마치 도로인양 수많은 유람선과 수상택시들이 바쁘게 지나고 있다. 신호등도, 교통경찰도 없지만 서로 충돌사고 없이 질서있게 물살을 헤치고 달린다. 맨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물위의 집'인 수상가옥. 수명이 다한 배를 가져다 집으로 만든 '폐선 가옥'과 아예 물 위에 기둥을 세우고 집을 지은 '인공 가옥'도 보인다. 도로를 바라보니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낯설은 풍경이 눈앞에 들어 왔다. 버스 택시 등이 다니는 도로 옆에 아예 자전거 도로가 마련돼 있다. 네덜란드 전국에 자전거전용도로 설치율이 92%라 하니 가히 '자전거의 천국'인 셈. 운하 앞에는 유럽의 모든 도시로 통하는 암스테르담 중앙역이 떡 버티고 있다. 1899년에 건립된 이 역을 본떠 일본 도쿄역이 건설됐고 도쿄역을 모방, 서울역이 지어졌다니 암스테르담 중앙역은 서울역의 할아버지 뻘이다. 저 건너편에 고흐 박물관이 보인다. 이 곳에서는 네덜란드가 낳은 천재 화가인 빈센트 반 고흐의 명작 '감자를 먹는 사람들' '해바라기' 등 2백여점 이상을 만날 수 있고 고갱 피카소 등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도 볼 수 있다고 한다. 또 옛 17세기 해상왕국의 영화를 재현하자는 뜻에서 물위에 세워진 '과학박물관', 16세기 대표적인 건출물인 '담광장', 안네 프랑크가 나치의 경찰들을 피해 숨어지냈던 다락방이 훤히 보이는 '안네 프랑크 하우스', 램브란트 그림이 전시돼 있는 '국립미술관' 등도 한눈에 들어 왔다. 목이 말라 유람선에서 내려 세계 최고의 맥주회사인 하이네켄 맥주공장을 들렀다. 시원한 맥주 한 잔을 들이켜니 갈증이 싹 풀렸다. 그리고 암스테르담 북서쪽으로 10km쯤 떨어진 17~18세기 네덜란드인들의 삶과 건축기술을 엿볼 수 있는 '풍차마을'로 향했다. 동화속에 온 것처럼 거대한 풍차가 돌고 있으며 밭에서는 젖소 양 말 등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이 곳에 남아 있는 5개의 풍차중 '컬러 풍차'만이 유일하게 개방된다. 1646년 제작된 '컬러풍차'는 흔히 알고 있는 밀가루를 빻는 방아용 풍차가 아니라 나무뿌리 식물 등을 갈아 천연염료를 만드는 풍차다. 이 염료는 직물의 물감과 화가들을 위한 페인트로 사용된다고 한다. 이 풍차마을에서는 농부와 노동자들이 신는 보호성이 뛰어난 나막신을 만드는 공장도 볼 수 있고 이 나라 사람들의 주식인 치즈를 직접 만드는 치즈공장도 견학할 수 있다. 저녁 식사는 팬케이크와 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을 먹어볼만하다. 오니언 베이컨에서 아이스크림까지 다양한 재료로 만들어지는 팬케이크는 부담없는 가격(약 1만원)에 이 곳의 음식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암스테르담=권순철 기자 i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