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 만큼 여자의 마음을 알아주는 소품이 또 있을까. 이멜다의 3천켤레 구두,신데렐라의 유리구두,콩쥐의 꽃신, 춤추는 빨간 구두 등 동서고금의 이야기에서 알 수 있듯 구두는 여자의 꿈과 욕망의 상징이다. 괜시리 울적해지고 허전해지는 가을 여심을 겨냥해 패션 브랜드들은 그 어느때보다도 "드라마틱한"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스타일 올 겨울엔 무릎 길이의 부츠가 유행할 것으로 보이지만 지금 이 시점의 핫트렌드는 복숭아뼈 길이의 앵클부츠다. 눈에 띄는 특징은 앞 코와 발 볼,굽 등이 전체적으로 뾰족하고 가늘어졌다는 것.아직 시장에서는 3~4cm의 중간 힐을 많이 찾지만 앞으로 7cm 이상의 핀 힐(핀처럼 가는 굽이라는 의미)이 유행의 중심에 설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힐의 소재로는 금속과 플라스틱이 조합된 스파이크 힐이 주목받고 있다. 디테일 이번 시즌 구두 이미지는 우아하고 여성적이지만 세부 장식은 조금은 거칠고 강한 느낌을 풍긴다. 지퍼,레이스 업(lace-up),벨트,징(stud)등이 대표적인 디테일.모두 서부영화에서 소품으로 자주 사용됐던 장식들이다. 당당하고 지적인 느낌의 지퍼는 주로 선을 살려주는 액센트로 사용된다. 가는 끈을 운동화 묶듯 교차해 발목을 조이는 레이스 업 스타일은 극히 로맨틱한 면과 "하드보일드"한 면을 동시에 풍기는 매력적인 디테일.벨트는 주로 짧은 길이의 부츠에 활용되고 있으며 징과 콤비네이션을 이루기도 한다. 문양을 도려내는 컷팅 기법도 많이 보인다. 꽃잎이나 나뭇잎 문양으로 구멍을 내거나 옆쪽에 칼집을 낸 듯 처리한 컷팅 스타일은 수공예적 감성이 부상함에 따라 더욱 각광받을 전망이다. 소재 새 것이지만 익숙해 보이는 것-빈티지(vintage)가 구두 소재의 유행 테마로 확대되고 있다. 애나멜처럼 깔끔한 느낌보다는 천연가죽 본래의 질감을 살린 가공,가죽 표면에 잔주름을 입히는 스톤워싱 등 다양한 가공법을 거친 소재가 인기다. 이밖에 신축성을 가미한 데님과 금사나 은사 등 광택사가 섞인 천 소재도 주목할 만하다. 데님은 가죽과 어울리면 더욱 고급스러운 느낌을 풍기고 광택사 소재는 롱부츠에 많이 쓰였다. 컬러는 카멜 베이지 등 다양한 브라운 계열의 색상톤과 함께 블랙,블랙처럼 깊이 있는 컬러(진한 회색,검은색에 가까운 브라운 등)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설현정 객원기자 hjsol1024@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