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작가,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보자. 그녀의 놀라운 관찰력과 역사를 훑는 예리한 통찰력에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옛 고대인들의 흔적을 차근차근 되짚어내는 필력의 힘은 유럽 지도를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대도시 위주의 천편일률적인 여행이 아니라면 올 가을엔 그녀처럼 호기심을 갖고 남다른 시선으로 유럽여행을 떠나보자. 그럴만한 멋진 장소들을 소개해 본다. 유럽의 대표국가인 프랑스, 이태리, 스위스에선 3개국 관광청 기획으로 일명 '한니발 코스'를 개발, 현지 취재를 기획했다. '로마인 이야기'에서 언급한 한니발의 정복 코스를 닮았다해서 그런 유니크한 이름을 얻었다. 코스는 프랑스의 프로방스지역에서 출발, 알프스의 체르마트를 통과, 기차여행으로 이태리의 토스카나 지방으로 진입하는 루트이다. 교통수단은 유럽 최고의 편리함과 신속성을 자랑하는 기차. TGV를 비롯, 다양한 기차 라인을 이용해서 유럽을 횡단하듯 넘나든 이번 여행의 백미는 바로 '신비로움'.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는 프로방스지역의 대표적인 도시들 - 아비뇽, 아를르, 엑상 프로방스 - 은 모두 인상파 화가들의 흔적을 샅샅이 훑어볼 수 있는 멋진 데스티네이션들이다. 고흐와 세잔이 길 안내자가 되어 여행자들을 인도하고 그들이 작품으로 남겨 놓은 풍경들이 미술관과 거리 곳곳에 고스란히 남아 또 다른 설레임을 선사한다. 이뿐인가! 이곳에서 기차를 타고 이동한 스위스의 산악마을들은 알프스의 느낌을 생생히 전달해준 곳이다. 파라마운트 영화사의 심볼로 사용될 만큼 수려한 자태를 자랑하는 체르마트(Zermatt)의 영봉, 세계적인 호텔리어 세자르 리츠가 태어난 브리그(Brig), 달빛조차 아름다운 호수의 도시, 로잔과 제네바. 어느 쪽으로 가닥을 잡아도 아름답고 설레는 풍경 일색이다. 또 마지막 기착지인 이태리의 중부도시, 시에나(Siena)는 뾰족한 첨탑과 차분한 빛 중세도시를 보여줘 시대를 넘나드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시에나를 포함, 다양한 풍물을 안고 있는 토스카나지방엔 종교적인 색채가 짙어 모처럼 프레스코 벽화의 화려한 느낌과 장중한 의미를 되새겨보는 예술기행이 되기도 한다. 색다른 유럽여행을 원하는 사람에겐 그야말로 '너희가 유럽여행의 참 맛을 알아?'라고 반문하는 현지인들의 속삭임이 들릴 것이다. 현지취재 = 이유진(객원기자) 취재협조 = 프랑스 관광성(776-9142), 이태리 관광청(775-8806), 스위스 관광청 (739-00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