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듀어런스.' 이 단어만으로 삶의 위대함을 드러낼 수 있다. 독자들은 이미 어니스트 섀클턴이란 인물을 알고 있을 것이다. 1914년 8월,15세기에 시작된 대탐험의 시대가 종착역으로 달려가고 있을 즈음에 영국의 탐험가 섀클턴은 27명의 대원과 함께 최초의 남극대륙횡단을 시작한다. 그러나 그들은 인간의 힘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에 도달하게 된다. 목적지를 불과 1백50㎞ 앞둔 곳에서 얼어붙은 바다에 갇혀 버렸다. 이때부터 상상을 초월하는 극한 상황이 전개되고 섀클턴과 대원들의 생존을 향한 사투가 시작된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생존투쟁을 그린 이들의 이야기는 이미 국내에서도 '섀클턴의 위대한 항해''섀클턴의 서바이블 리더십' 등으로 출간된 바 있다. 미국의 저술가 캐럴라인 알렉산더가 쓴 '인듀어런스'(김세중 옮김,뜨인돌)의 압권은 탐험대원의 한 명이었던 호주 출신의 사진작가 프랭크 헐리가 찍은 사진들이다. 생명이 경각에 달려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사진을 찍을 수 있었는지,펭귄을 잡아먹으면서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이런 사진들을 온전히 보관할 수 있었는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섀클턴의 실패는 흔히 위대한 실패로 통한다. 사람들은 그가 탑승했던 '인듀어런스'호를 따서 '인듀어런스 탐험'이라고 부른다. 왜 사람들은 유독 그를 기억하는가. 그는 마지막까지 부하들과 함께하는 지도자였다. 부하들의 목숨을 담보로 위업을 달성하는 무모함으로 보이지 않는다. 저자의 말처럼 그는 '죽지 않고 살아 있으면 언젠가는 또 다시 기회가 찾아오는 것'이라고 믿었던 사람이다. 그의 충직한 부대장이었던 와일드는 극한 상황에서 자기 몫의 비스킷 4개 가운데 1개를 강제로 먹이는 섀클턴을 이렇게 회상한다. "이 순간의 이런 행동이 얼마나 자상하고 호의적인 것인지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을 것이다.나는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수천파운드의 돈으로도 결코 살 수 없는 비스킷이었다." 전 대원들을 엘리펀드섬에서 구해낸 그의 감격은 아내에게 보낸 편지에 이렇게 쓰여져 있었다. '드디어 해냈소.한사람도 잃지 않고 우리는 지옥을 헤쳐나왔소.' 공병호 경영연구소 소장 gong@go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