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한 여자가 아름답다. 코스메틱 메이커들이 제시하는 "21세기 여성미"의 공통분모는 자신감이다. 화장품 업계는 그 시대의 가장 이상적인 미인형을 추구하기 마련. 따라서 화장품 각사가 정의하는 여성미나 이를 대변하는 모델은 현대 여성상의 대표격으로 볼 수 있다. 최근 화장품 브랜드는 단순히 얼굴을 예쁘게 꾸미는 방법에서 나아가 "아름다운 인생"을 제안하기에 이르렀다. "진정한 아름다움"을 규정하고 그에 어울리는 메이크업,패션,라이프스타일,가치관을 망라한 총체적 실천방안을 내놓기 시작한 것. 에스티 로더의 이상형은 "에스티로더 우먼"이다. 제일의 미덕은 대담함과 자신감. 지적이면서도 관대하고 여성스러움도 잃지 않는 여자다. 그렇다고 범접하기 어려울 만큼 도도하거나 넘볼 수 없을 만큼 화려하지는 않다.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매력"이 특징. 풍요롭지만 요란스럽지 않고 도회적인 멋스러움을 즐기는 삶. 에스티 로더는 수퍼모델 캐롤린 머피를 이미지 모델로 삼아 이러한 컨셉트의 여성상을 전파하고 있다. 엘리자베스 아덴도 "매혹적인 자신감"을 최고의 매력으로 꼽는다. 엘리자베스 아덴 여사는 "아름다움이란 주관적이며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아름다움은 느끼는 것이며 그것을 꿈꾸는 모든 여성은 아름답다"라는 브랜드 철학을 꾸준히 제시해왔다. 이런 컨셉트를 기초로 규정된 "엘리자베스 아덴 우먼"역시 생기있는 자신감,아름답다는 자신감,충분히 매력적이라는 당당함이 어우러진 이미지다. 브랜드를 대표하는 캐서린 제타존스는 세계적 톱배우 마이클 더글라스의 아내와 한 아이의 어머니로서 모자람 없는 역할을 다하고 있다. "슈퍼우먼"으로서의 매력이 바람직한 현대 여성상이라는게 아덴측의 설명. 태평양 헤라는 가을시즌부터 "헤라엔느"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희로애락 같은 감정을 표현하는데 솔직하고 아름다움을 꾸미는 것이 아닌 본연의 아름다움을 당당하게 드러내는 여자를 미인으로 여긴다. 당당한 자신감으로 트렌드를 리드하는 "헤라엔느"는 신들의 왕 제우스의 아내 헤라여신처럼 강인하고 용기와 지혜를 지녔으며 적극적인 자세를 가진 여성이다. 여성으로서의 삶을 충분히 만끽하는,"힘"으로 대변되는 남성성을 추종하지만 여성성을 포기하지 않는 여자가 이 시대의 이상형이라는 설명. 바비 브라운의 "바비걸" 또한 "스스로 아름답다는 사실에 자신감을 가지는 여자"로 규정된다. 바비 브라운의 수석 메이크업 아티스트인 제시카 리버젠드는 "이목구비가 조각 같지 않더라도 반짝이는 눈빛,명랑한 웃음,활기찬 몸짓에서 충분히 아름다움을 풍길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아름다움의 근원은 자신감. 아름다움은 피부 한겹 차이 이상의 것이다. 물론 말이야 쉽지 않은가.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