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한 가장과 기상천외한 도둑의 맞대결을 그린 코미디영화 "도둑맞곤 못살아"는 일단 외형적으로 매끈하게 포장됐다. 한 사람이 촬영과 조명을 담당한 DP(Director of Photography) 시스템으로 만들어진 화려하고 세련된 화면이 돋보인다. 독특한 캐릭터들과 "가족애"란 주제를 이끌어 내는 후반부 구성도 무난하다. 내용은 말단 공무원 상태(박상면)가 빈번하게 침입하는 도둑 강조(소지섭)와의 대결을 통해 실추된 가장의 지위를 서서히 되찾아가는 과정이다. 주인공들은 식구들로부터 왕따당하는 가장 상태,그에게 과분할 정도로 아름답고 부유한 아내 마리,유능한 게임프로그래머이지만 도벽을 참지 못하는 강조 등이다. 특히 마리는 선천적으로 맛을 감별 못하는 미맹지만 푸드스타일리스트이다. 그녀가 만든 "엽기요리"인 돼지귀초밥,캐비어샐러드 등은 별난 취향의 도둑 강조의 입맛에만 맞을 뿐이다. 상태는 가화만사성을 이루기 위해 가정에서 한 번도 자기 목소리를 내본적 없다. 더욱이 자신보다 용모와 재력이 훨씬 뛰어난 도둑에게 망신당했을때 가장으로서 지위가 흔들린다. 상태는 호신술로 "똥침주기"를 배우고, 야구공 발사포,쓰레기통으로 만든 50연발대포 등을 도둑방지용으로 설치한다. 이 과정에서 상태는 자녀들과 친해지고 가장의 권위를 차츰 회복해간다. 일본에서 발생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 "사무라이 픽션"을 원작으로 삼았지만 현실성이 부족하고 극적 긴장감은 떨어진다. 도둑이 초밥을 훔쳐먹고 단돈 3만원만을 가져가는 설정에도 무리가 있다. 주인과 도둑과의 대결에서는 연출자가 너무 깊이 개입함으로써 관객들은 긴박감을 느낄 새 없이 결론을 눈치채고 만다. SBS에서 주로 다큐멘터리를 연출하던 임경수 감독의 데뷔작이다. "두사부일체"의 윤제균 감독이 특별출연한다. 27일 개봉. 15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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