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부터 6일간 부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렸던 제1회 한국국제아트페어는 당초 우려와 달리 한국에서 국제아트페어의 성공 가능성을 확인시켜준 전시였다. 국내 화랑 80개,외국 화랑 20개 등 모두 1백개 화랑이 참여한 이번 아트페어는 부산아시안게임을 겨냥해 서울이 아닌 부산에서 열리게 됐다. 이에 따라 미술계에서는 △부산이라는 지역의 한계성 △주최측의 준비 부족과 운영 미숙 △개막 전 발생한 홍수사태 등을 이유로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운영위원회측에 따르면 6일이라는 짧은 전시 일정에도 불구,2천점이 넘는 출품작 중 6백여점이 팔려 판매실적 8억원에 달하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화랑들이 통상적으로 판매실적을 줄여 신고하거나 아예 신고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판매실적은 10억원 이상 될 것으로 추정된다. 유료 관람객도 2만명을 넘었다. 이번 아트페어의 특징은 화랑들간의 판매실적이 극명한 대조를 이룬 점이다. 한 점도 팔지 못한 화랑들도 적지 않았지만 부산 D화랑의 경우 출품작이 모두 팔리는 '매진(sold out)' 사례를 기록했다. '설마 팔릴까' 하는 안이한 태도로 임한 화랑과 착실하게 준비한 화랑간에 희비가 엇갈린 셈이다. 판매 작품들은 부산 지역의 특성을 반영,추상작이나 조각작품보다는 구상 계열의 회화가 주류를 이뤘다. 꽃씨로 우표 이미지를 형상화한 오타 사부로의 '우표' 시리즈의 경우 15점이 매진됐고 극사실주의 작가 고영훈씨가 조선 달항아리를 정교하게 묘사한 작품도 인기를 끌었다. 외국 화랑들의 출품작 수준이 '기대 이하'였던 점은 국제아트페어란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이번 행사의 가장 큰 오점이다. 게다가 국내 한 화랑은 유명 작가의 작품을 그대로 베낀 그림을 버젓이 출품하기도 했다. 이같은 문제점에도 불구,내용적으로 볼 때 국내 최대의 미술행사인 화랑미술제에 비해 출품작들이 우수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한국국제아트페어는 내년부터 서울 코엑스에서 열릴 예정이다. 한국화랑협회 황달성 국제담당이사는 "내년 행사 때부터 외국 화랑들의 비중을 늘려 국제아트페어로서의 위상을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전시에 1억원을 지원한 문화관광부도 국제아트페어의 중요성을 감안해 내년부터 지원 규모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우리나라 현대미술은 일본이나 중국에 비해 경쟁력을 갖고 있다. 화랑들이 긴밀하게 협조하고 정부가 적절히 지원해 주면 아시아 지역에서의 국제아트페어는 한국이 주도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