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전당이 영국 로열 오페라하우스와 공동제작하는 「오텔로」가 다음달 9-12일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오른다. 베르디의 말년작인 「오텔로」(이탈리아어로는 'Otello'로 쓰기 때문에 영어와달리 '오텔로'로 발음된다)는 셰익스피어의 유명한 비극을 4막짜리 오페라로 만든것으로 1887년 이탈리아 밀라노의 라 스칼라 극장에서 초연됐다. 규모의 방대함과 깊고 무거운 연극적 요소를 연출가와 출연진 모두에게 요구해세계적으로도 자주 무대에 오르는 작품은 아니다. 특히 이번에 예술의전당에서 선보이는 작품은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오페라 연출가의 한 명으로 꼽히는 엘리야 모신스키가 1987년 로열 오페라에서 처음 선보인프로덕션을 그대로 들여오는 것이어서 더욱 관심을 끈다. 오페라 「오텔로」는 그 명성 만큼이나 완성도 높은 버전이 여럿 있는데, 그 중대표적인 것으로는 전설적인 연출가 발터 펠젠슈타인의 1960년 작품, 카라얀의 정교한 무대감각이 인상적인 1974년 TV영화 버전, 프랑코 제피렐리 연출의 1986년 작품등을 들 수 있다. 가장 최근작인 모신스키 연출의 특징은 '원죄와 희생' 그리고 '자기불신으로 초래된 인간의 좌절'이다. 스펙터클이 압도하는 도입부는 결코 놓쳐서는 안될 하이라이트로, 막이 오르자마자 천둥소리와 함께 레이저 빔 번갯불이 머리 위로 쏟아진다. 전쟁의 최전선에 위치한 키프로스 섬의 살벌한 긴장감은 정교하게 배치된 무대장치를 통해 관객들에게 직관적으로 전달되며, 포연과 자욱한 먼지 속에 긴박하게움직이는 베네치아 병사들의 모습은 1막부터 관객들의 시선을 붙들어 맨다. 또 3막에서 거대한 예수 그리스도 그림이 던져주는 적막한 고독과 죄의식은 모신스키 연출의 힘과 감동을 남김없이 보여준다. 이번 서울 공연에서는 모신스키 대신 그의 밑에서 조연출로 일했던 빌-뱅크스존스가 리바이벌 연출을 맡았다. 무대세트와 의상, 소도구 등을 모두 로열 오페라에서 가져오지만 출연진은 순수국내 성악가들로 구성된다. 오텔로 역에 테너 김남두.이동현, 데스데모나 역에 소프라노 조경화.김은정, 이아고 역에 바리톤 우주호.김승철, 카시오 역에 테너 권오혁.엄성화, 에밀리아 역에메조소프라노 김선정, 로도비코 역에 베이스 나윤규가 출연한다. 카를로 팔레스키 지휘의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반주를 맡고 국립합창단이합창파트를 맡는다. 3만-12만원. ☎ 580-1300. (서울=연합뉴스) 정 열 기자 passi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