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세계 란제리 디자인의 키워드는 "뉴 로맨틱"이 될 것 같다. 최근 프랑스 리용에서 열린 세계 최대 란제리.수영복 박람회 리용모드시티에서 선보인 란제리들은 극도로 아름답고 이국적인 디자인이 주를 이뤘다. 60년대 히피 같은 섹시한 스타일,18세기 규방 여성들의 속옷을 연상케 하는 정교하고 화려한 스타일이 무대를 장식했다. 인텔리전트 섬유를 소재로 사용한 기능성 속옷도 눈길을 끌었다. 2,3년전 일부 브랜드가 고기능 특수 소재를 사용한 스포츠웨어를 선보였는데 이제는 기능성 바람이 속옷과 일반 의류로 확산되는 추세다. 란제리 메이커 트라이엄프는 리용모드시티에 "밸런스"라는 브랜드의 습기 자동조절 잠옷과 내의를 내놓았다. 잠을 자면서 땀을 흘려 속옷이 축축해질 때 습기를 외부로 방출시키는 기능을 갖췄으며 주위 환경에 맞춰 신체 온도를 적절하게 유지시켜준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내년 봄에는 원단에 알로에 베라 성분이 함유돼 피부 건조를 방지해주는 고급 란제리 "로션"도 내놓는다. 식스티 에잇은 특수 소재로 만들어 수영복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브라 팬티를 선보였다. 화려한 디자인으로 수영복으로 갈아입을 필요 없이 해변에서 겉옷만 벗으면 바로 선탠을 즐길 수 있다. 지난 99년 카페인을 함유한 "살 빠지는 스타킹"을 선보였던 딤은 곧 자동 일광욕 스타킹을 출시한다. 딤의 "프리 선태닝"은 여름에 갑자기 허연 다리를 내놓는 것을 망설이는 여성을 겨냥한 제품.회사 관계자는 "봄에 기능성 스타킹으로 멋지게 선탠한 뒤 여름에 자신 있게 스타킹을 벗게 하자는 취지로 개발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기능성 바람은 란제리에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파리에서 열린 "파리 프레타포르테"에 참가한 블루진 업체 리 쿠퍼는 "아쿠아 데님 프로"란 브랜드의 방수 청바지와 재킷을 선보였다. 리 쿠퍼는 전시장에 물총을 비치해놓고 방문객들이 방수 테스트를 해보게 했다. 기존 방수 의류와 달리 폭우 속에서도 젖지 않는 1백% 방수 블루진이라는 게 회사측 설명.타깃 고객으로는 15~35세로 잡고 있다. 가격은 일반 상품보다 10유로(1만1천8백원)쯤 비싼 65~75유로(7만6천6백~8만8천5백원)선에서 정할 예정이다. 인텔리전트 섬유 소재 고급 의류는 틈새시장에서 확실하게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특히 유럽 섬유업체들이 동남아와 동유럽의 저가 제품과 차별화하기 위해 부가가치가 큰 인텔리전트 소재 개발에 앞다퉈 나서고 있어 고기능 의류 시장은 멀지 않아 빠르게 커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고기능성 의류업계가 극복해야 할 과제는 제품 수명이다. "아쿠아 데님 프로"의 경우 리 쿠퍼는 1년에 평균 10회쯤 세탁할 경우 기능이 2년 정도 유지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일반 옷과 달리 자주 세탁해야 하는 속옷의 경우 제품 기능 유효기간이 훨씬 짧다. 향기처리 또는 피부보호 기능 제품은 15회 이상 세탁을 하면 섬유 파이버 사이에 들어 있는 특수캡슐이 떨어져 효능이 없어지는 단점이 있다. 파리.리용=강혜구 특파원 bellissima@hanky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