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사랑에 빠졌어요.어쩌면 좋죠.너무 아파요.그런데 계속 아프고 싶어요". 마이클 레드포드 감독의 "일 포스티노"에 등장하는 마리오의 대사다. 사랑의 열병은 행복한 고통이란 의미가 담겨 있다. 이한 감독의 멜로물 "연애소설"에서 세 주인공은 이 말을 나란히 되뇌인다. 삼각관계의 사랑은 예각의 아픔으로 찌르기 마련이다. 소유하고픈 욕망은 서로를 다툼으로 몰아간다. 그러나 "연애소설"의 세 주인공은 색다른 방식으로 얽힌 관계의 매듭을 풀고자 한다. 이 영화는 사랑에 감염된 세 남녀의 얘기지만 통속적인 삼각멜로는 아니다. 서툴고 불편한 사랑의 속성,사랑과 우정의 경계를 배회하는 젊은이들의 순정을 포착한 순수 드라마다. 시간을 뛰어넘는 편집기법은 미스터리적 요소를 극대화함으로써 관객의 호기심을 끝까지 놓아주지 않는다. 대학생 지환(차태현)은 어느날 단짝친구인 경희(이은주)와 수인(손예진)을 만난 뒤 함께 친구로 지내기로 한다. 만남을 거듭할 수록 이들은 "세발자전거"의 관계로 접어든다. 세 사람은 "난 사랑에 빠졌어요.너무 아파요.그런데 계속 아프고 싶어요"를 각자 외친다. 다음 장면은 5년뒤다. 지환은 두 여자가 떠난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관객들은 궁금하다. 여기서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미스터리를 찾아가는 식으로 구성된다. 5년전 그들간의 갈등이 비쳐진다. 현재의 지환이 발신인 부재의 소포를 근거로 추억속의 두 여인을 찾아 나선다. 그 과정에서 놀라운 반전이 일어난다. 지환의 혼돈은 사랑의 불확실성을 대변한다. 사랑의 천칭은 처음 수인쪽으로 기울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경희쪽으로 옮겨진다. 지환의 여동생과 선배도 해매임의 경로를 거친다. 여동생은 이웃집 오빠에게 감정을 거뒀다가 오랜 시간이 흐른뒤 다시 마음을 준다. 지환의 선배도 취기에 "내 여자가 아니야"라고 소개했던 여자와 결국 결혼한다. 사랑의 감정은 이처럼 서툴고 낯설다. 연인들은 "사랑의 험로"를 걷는 동안 서로 닮아간다. 수인은 첫 만남에서 지환에게 "불편해"라고 말한다. 사랑이 무르익자 이번에는 경희가 지환에게 "불편해졌어"라고 작별을 고한다. 수인이 지환의 얼굴을 손으로 더듬어 기억하는 행위는 다시 지환이 경희의 얼굴을 더듬는 식으로 전염된다. 수인은 지환의 귀밑에 있는 점을 보고 아빠 귀밑에 점을 그려준다. 사랑의 감정을 완성하는 화룡점정(畵龍點睛)이다. 발랄했던 경희는 훗날 수연처럼 창백하고 수척해진다. 경희역의 이은주는 "번지점프를 하다"의 소극적이고 어두운 배역에서 벗어나 밝고 명랑한 성격으로 변신했다. 지환역의 차태현은 "엽기적인 그녀"의 순정어린 견우의 이미지를 더욱 심화시킨다. 그러나 수인역의 손예진은 스스로의 감정에 갖혀 관객과 함께 호흡하지 못한다. 지환이 사랑의 무게중심을 옮기는 과정은 논리적으로 비약됐다. 13일 개봉.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