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교교한 밤하늘을 나비들이 나풀거리며 날아다닌다. 소나무와 꽃, 학들도 환상 속의 세계에서 신비한 자태를 드러낸다. 나비가 낮에 활동하는 곤충이라는 상식 따위는 훌쩍 뛰어넘었다. 화가 이희중씨. 그는 조상의 멋과 낭만을 민화풍으로 화폭에 그려왔다. 여기에는 유불선(儒佛仙)을 넘나드는 전통사상이 담겼다. 음양오행에서 기복신앙까지를 아우르며 한국인의 정신적 원형을 탐색해온 것이다. 이씨는 2년만에 개최하는 개인전에서 이런 예술적 풍류를 화폭에 변주한다. 9월4일부터 10월 6일까지 서울 안국동의 갤러리사비나에서 열리는 '이희중 초대전'이그것이다. 출품작은 '달과 나비' '우주' 등 30여점. 가톨릭대 생명과학부 이상훈 교수는 작가의 예술세계에 대해 "윤선도의 '오우가'를 연상케 하는 소재와 구도에서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말한다. 작가도 "명산대찰 등 한국적 지형을 찾아다니며 선조들과 교감함으로써 풍류를 그리고자 했다"고 설명한다. 이씨는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그리고 독일로 유학해 뒤셀도르프 쿤스트 아카데미를 졸업한 뒤 독일작가도 받기 힘든 장인 자격증(마이스터 쉴러)을 3년만에 취득했다. 이를테면 정통 서구조형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독일 화랑과 도서관에서 수차례 초대전을 연 것도 이같은 배경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정신세계는 다분히 한국적이다. 민화에서 한국의 원형을 찾고자 했고, 이는 그의 독특한 화풍으로 인정받고 있다. 작가의 우주관과 문명관은 동서를 불문하고 공감을 사고 있다. 한 일본인이 2000년의 개인전을 보고 "한국을 30년 넘게 드나들지만 이렇게 훌륭한 그림은 처음 본다"고 감탄한 것은 단순한 찬사만은 아닐 것이다. 이번 전시는 '전통에서' '전통의 재발견' '전통의 현대화' 등으로 구성된다. '전통에서'는 '승천하는 용' 등 한문자와 이를 추상화한 부적 이미지를 보여주고 '전통의 재발견'은 '풍류기행' 등 이상화한 관념 풍경화를 내놓는다. '전통의 현대화'는 타이포그래피를 연상시키는 추상화 문양으로 꾸며진다. ☎ 736-4371~2.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id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