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크라비(Krabi)의 라야바디 리조트는 위치나 주변 정황으로만 따져 본다면 이 고립이라는 말에 여지없이 들어맞는 곳이다. 하지만 이 곳에서의 고립은 오히려 그렇게 동떨어진 시간이 있어 무엇과도 바꾸고 싶지 않은 휴식을 남겨 준다. 태국의 중서부, 안다만 해역으로 인도양의 물결이 전해지는 크라비는 유럽과 아시아의, 휴가를 준비하는 이들이 태국을 떠올릴 때면 한 번쯤 빼 놓지 않고 연상시킬 만큼 유명한 곳이다. 그 정취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휴양 리조트 가운데 하나가 라야바디 리조트. 리조트로 가기 위해서는 보트를 이용해야 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이 곳이 섬은 아니다. 상상하기 힘들겠지만, 분명 라야바디 리조트는 크라비 만의 조용한 모퉁이 프라 낭 곶에 자리한, 육지에 세워진 곳.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다만의 바다를 앞에 두고 뒤로는 병풍처럼 높다란 산을 두르고 있어, 육로로는 이 곳에 이를 길이 없다. 그래서 바다로 우회하는 방법이 리조트에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된 셈이다. 프라 낭(Phra Nang) 곶의 산세는 리조트에 도착한 이들의 발걸음을 잠시 멈추게 하는 절경을 뽐내고 있다. 날카로운 도끼로 산의 절반을 잘라내, 붉은 암벽을 드러낸 채 깎아지른 듯한 산봉우리들만을 남겨 놓은 듯한 풍경은 금방이라도 넘어 올 듯한 아슬아슬한 느낌이 장엄하기까지 한 해안절벽의 절경에 다름 아니다. 여기에 푸른 바다로 시선을 던지면 마치 하늘에서 바위가 떨어져 박혀 버린 듯한 모습으로 점점이 뿌려져 있는 기암섬들이 눈에 들어온다. 붉은 암벽을 날카롭게 드러낸 채 뾰족하게 솟은 섬들이 세찬 파도를 온 몸으로 맞으며 서 있는 이 풍경과 함께 라야바디 리조트는 해안절벽과 야자수가 울창하게 드리워진 해변과 함께 어우러져 있다. 바다와 산악지형이 어우러진 크라비의 매력이 여기 라야바디 리조트에서 한껏 풍겨 나오는 것이다. 야자수와 반얀 트리, 프란지파니 같은 나무들이 곳곳에 심어져 있어 푸른 잔디와 함께 초록의 편안함이 있고, 그 사이사이로 태국의 시골 마을에 온 듯 옹기종기 지어진 파빌리온들이 더 없이 평화롭게 보인다. 태국의 왕실 근위병 투구를 본 딴 독특한 지붕이 앙증맞기까지 한데, 라야바디 리조트는 전 객실을 독립 파빌리온, 혹은 독립 빌라 형식으로 마련해 놓고 있다. 고객이 저마다의 독채를 하나씩 소유하게 되는 것인데, 완전한 독립성을 보장해 줌을 의미하는 것. 특히 원 베드룸 파빌리온은 1층에는 거실을, 침실은 2층에 배치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1층 거실의 소파는 그네처럼 천장에서 늘어뜨려져 있어 가볍게 흔들거리는 소파에서 사랑하는 이와 함께 하는 낭만이 쉽게 그려진다. 나무 울타리가 둘러져 있어 프라이버시에 좀 더 충실하고 있는 스파 파빌리온은 다른 무엇 보다도 정원에 놓여진 자쿠지 풀이 백미. 스파 파빌리온 울타리 안의 정원에서는 저녁 식사를 룸서비스 받거나 바비큐를 즐길 수도 있어 허니무너들이 눈독을 들이는 곳이기도 하다. 라야바디 리조트에서는 휴식도, 잔잔한 즐거움을 안겨 주는 레저 활동들도 모두 자연 속에서 비롯되고 있다. 적당히 휘어진 만과, 해안절벽 좌우로 두 개의 해변을 지닌 절경 속으로 더욱 빠져들고 싶은 이들은 카누에 몸을 싣고 천천히 노를 저어간다. 그 사이로 제법 세찬 파도의 넘실거림 속에서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이 보인다. 또, 야자수 농장을 떠올리는 아름다운 뭍의 풍경과 그 해변을 앞뒤에 두고 있는 리조트 수영장은 해변의 곡선을 본 딴 탓에 멋스러운 유선의 물결을 출렁인다. 하지만 이 곳 라야바디 리조트를 거닐다 보면 걸음을 멈추게 하는 유별난 모습 하나를 보게 될 것이다. 리조트 서쪽 해변 검붉은 암벽에서 꿈틀거리는 무엇. 자세히 보면 암벽 등반을 즐기는 사람들 아닌지. 크라비는 푸른 바다와 험준한 산악, 그리고 열대 우림의 절경으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는 곳이기에, 세계 각국의 클라이머들이 아름다운 풍경에 어우러진 암벽등반을 위해 몰려든다고 한다. 그들에게 천혜의 기암절벽을 너무나 가까이 두고 있으면서 가장 편안한 휴식을 함께 아우르고 있는 이 곳 라야바디 만큼 적당한 곳이 또 있을까. 날씨가 허락하는 한 리조트 입구의 절벽을 오르는 이들의"아찔한 휴식"은 계속되고, 간혹 그것은 휴양지의 사람들에게는 뜻밖의 볼거리가 되기도 한다. 프라 낭 비치와 함께 만을 둘러싸고 있는, 리조트 입구쪽의 래 라이(Rai Ray) 비치는 조수의 차이가 지나치게 큰 나머지 시간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한다. 썰물이면 예의 그 세찬 푸른 바다는 흔적을 감추고 1백 여 미터 가까이 바닥을 드러내, 또 하나의 육지와 사람들의 발걸음을 허락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해, 서해바다의 풍경을 잠시 연상시킬 정도다. 세계에서 찾아 온 여행객들이 신기해하며 이 갯벌속으로 걸어 들어가 갯 모래를 만져보기도 하고, 게나 조개 등을 흥미 있게 바라보며 마냥 신이 나는 표정이다. 라야바디에서 만나는 또 하나의 즐거움은 바로 이 갯벌에서 건져 올린다. 동남아시아 여행에서 이젠 필수 코스가 되어버린 스파도 잊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고급스러운 티크의 질감이 잘 살아나는 스파 센터는 고요한 분위기와 은은한 향이 몸과 마음을 진정시켜 주고 있다. 정통 타이 마사지를 비롯해 타마린드 잎과 불수 감나무 잎 등 다양한 종류의 약초를 망에 싸 뜨겁게 달군 뒤 뭉치거나 피로를 느끼는 근육 부위 눌러 주는 타이식 허벌 열 맛사지 (Thai Herbal Heat Massage)의 독특한 서비스, 그리고 여기에 벌꿀과 오렌지즙을 섞어 마사지에 이용해, 근육의 긴장을 완화시켜 주는 로열 허니 맛사지가 이름에 걸맞게 온갖 화려한 것으로 몸을 단장했던 왕가의 비밀을 넌지시 알려 주고 있어 다양한 스파 서비스를 즐겨볼 수 있을 것이다. -------------------------------------------------------------- [ 여행 수첩 ] 1. 리조트 가는 길 : 방콕 돈무앙 국제공항에서 크라비까지는 국내선으로 약 1시간 30분 정도. 라야바디 리조트까지는 전용 선착장으로 이동한 뒤 보트로 갈아타야 하는데, 스피드 보트로 약 5분이면 도착한다. 또, 푸켓 국제공항에서 야바디 리조트로 향하는 방법도 있다. 공항에서 리조트 전용 선착장까지 차량으로 약 두 시간이 소요된다. 2. 라야바디 보트 투어 : 라야바디 리조트는 다양한 보트 투어가 있어 더욱 흥미있는데, 반나절 일정의 대나무섬 탐험과 Poda&Chicken 섬으로의 투어, 그리고 007 시리즈의 촬영지로 유명한 Phang Nga 만의 제임스 본드섬과 기괴한 형상의 절벽이 아름다운 피피섬으로 떠나는 한나절 동안의 투어들이 인기 있다. 오후 5시에 리조트를 출발해, 두 시간 동안 석양의 낭만에 젖어 보는 선셋 크루즈가 인상적이다. 3. 기타 : 리조트에는 한국인 상주 직원이 있어 이용에 불편함이 없다. 숲이 가까이 있어 각종 벌레를 조심해야 하고, 특히 말라리아에 걸릴 수 있는 모기를 주의해야 한다. 현지취재 : 남기환 (객원기자) 취재협조 태국정부관광청(02-779-5417~8/www.tatsel.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