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는 '카페'의 나라다. 1차 세계대전 전에는 무려 50만곳에 달했다가 지금은 5만곳으로 줄었지만 카페는 여전히 프랑스인들의 삶과 문화의 중요한 부분이다. 사회의 모든 계층이 카페를 드나들며 삶을 즐겼고 예술가들은 글로 그림으로 노래로 카페를 찬양했다. '카페의 역사'(크리스토프 르페뷔르 지음,강주헌 옮김,효형출판,2만5천원)는 카페를 통해 프랑스의 역사와 문화를 되짚어 보는 책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카페를 드나들면서 카페는 역사적으로 굵직한 사건들의 현장이 됐고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불어넣은 산실이기도 했다. 하지만 카페의 역사가 그리 긴 것은 아니다. 프랑스에 카페가 탄생한 것은 17세기 말 커피가 유럽대륙에 소개되면서부터다. 1680년 파리에 처음 등장한 '커피 마시는 집'이 카페의 원조다. 화려한 실내장식으로 유명한 파리 최초의 카페 '프로코프'에서부터 서민들을 위한 카페인 '카바레'까지 카페의 역사를 흥미롭게 보여준다. 카페는 또한 지역과 주요 고객의 신분에 따라 특징이 뚜렷하게 구분된다. 작고 초라하지만 농부들의 편안한 휴식처가 됐던 시골의 카바레,힘겨운 노동에 시달리던 서민들의 노독을 풀어준 '아 라미 레옹',예술가들의 안식처가 돼 준 '카페 데 자르' 등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소개한다. 특히 모파상,에밀 졸라,보들레르 등의 문학작품에 나오는 카페의 모습을 인용하고 카페에서 일어난 역사의 주요 장면들도 들려주며 생생함을 더한다. 사람들은 왜 카페를 그토록 좋아할까. 사람을 만날 수 있고 토론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예술과 삶과 정치와 사상 등 무엇이든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였다는 것이다. 발자크는 그래서 카페를 '민중의 의회'라고 불렀다고 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