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변화의 최전선은 금융업이다. 은행 보험 증권마다 튼튼한 울타리 속에서 살아갈 수 있었던 날은 이미 가 버렸다. 업종간 장벽은 허물어져 내리고 하루가 멀다 하고 온갖 실험들이 이루어지고 있는 격전지가 되어 버렸다. 금융업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주목하는 일은 그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만의 관심거리가 아니다. 앞으로 디지털혁명이 미치게 될 파급효과를 미리 내다보기 원하는 사람이라면 그 곳에서 지금 무슨 일이 어떻게 일어나고 있는가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삼성경제연구소의 김경원 최희갑 박사가 집필한 '디지털금융 대혁명'(삼성경제연구소)은 일반인과 전문가 모두가 금융업의 변화와 미래를 이해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책이다. 정보통신 혁명이 가져다 준 변화는 거래비용의 급속한 감소다. 금융회사 수의 감소와 대형화는 대세를 이루게 된다. 정보 면에서 우월적인 지위를 차지한 소비자들이 베스트 오퍼를 찾아 실시간으로 움직이게 되면서 공급자가 설 땅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소매금융이나 기업금융을 불문하고 전례가 없을 정도로 치열한 경쟁 압력에 노출된 기업들은 앞으로 대다수 기업들이 어떤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인지를 가르쳐 주기에 충분하다. 점점 고객들의 요구는 다양화되고 까다로워지게 될 것이다. 종합금융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서비스는 복합화의 길을 걸어가게 될 것이다. 일부 부유한 사람들의 전유물이었던 자산관리 역시 대중적인 상품으로 자리를 잡아나갈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의 뚜렷한 변화는 금융거래에서 증권 이용이 확대되는 이른바 증권화 현상이다. 과거에 증권이란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것으로 이해되었다. 그러나 점점 주택이나 토지 등을 담보로 한 채권이나 대출 채권들을 한데 모아서 증권으로 바꾸는 거래가 인기를 얻고 있다. 이업종 금융업이 융합하는 종합금융업의 등장,금융과 산업의 상호 진출,대형화 현상 등은 결국 네트워크화된 종합 금융그룹의 탄생과 그들 사이의 치열한 시스템간 경쟁으로 연결될 것이라 한다. 저자들은 금융업의 앞날엔 '경쟁의 격화와 수익의 축소'라는 불안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고 전망한다. 하지만 불안한 미래가 있기에 기회도 있는 것이 아닐까.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gong@go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