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벤처기업인 인바이오넷의 구본탁 사장(40)은 언제나 차 안에 검은색 비닐봉지 하나를 보물처럼 싣고 다닌다. 그의 '수호천사'라고 믿기 때문이다. 사연은 이렇다. 지난 96년 그가 운영하던 '한국미생물기술'이라는 회사가 부도 직전까지 갔을 때였다. 통장이며 주머니에는 그야말로 땡전 한푼 남아 있지 않았다. 참담한 마음으로 집을 나서는데 부인이 옷소매를 잡더니 돼지저금통을 내밀었다. '돼지'의 배를 갈라 동전을 세던 그는 끝내 부인과 함께 엉엉 울고 말았다. 그리고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직원들의 얼굴…. 그 순간 그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그리고 들려온 것은 투자유치가 결정됐다는 축하 메시지였다. '뚝배기와 돼지저금통'(손민구 외 지음, 미디어24, 1만원)은 이처럼 대덕밸리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는 '공부벌레' 출신 벤처기업인들의 이야기다. 이곳에서 자신들의 연구성과를 산업화하고 있는 벤처기업인 9명의 성공과 실패, 애환을 담았다. 컨테이너 박스에 사무실을 차리고 일을 시작해야 했던 (주)한백의 박근섭 사장(39)은 CEO가 된 뒤 사람이 확 달라졌다고 한다. 모난 성격 때문에 '생선가시'라는 별명에다 '영락없는 샌님'이라는 평을 듣던 그였다. 하지만 지금은 예전에 못하던 술도 배우고 노래실력도 늘었다고 한다. 박 사장은 "사업을 하기 위해선 자신을 완전히 바꿔야 했다"고 털어놓는다. 환경산업체인 에코다임의 남승엽 사장(40)은 '엽기사장'으로 통한다. 변화무쌍하고 독특한 이력과 삶의 철학 때문이다. 남 사장은 서울대 법학과 및 철학과 대학원 졸업, 변리사 시험 합격, 동국대 철학박사 등의 이력이 화려하다. 그런 남 사장이 벤처붐이 일기도 전인 지난 97년2월 창업을 결심한 것은 '지구를 살리기 위해서'였다. 외환위기 이후 집을 날리고 사기도 당했지만 기술개발에 주력한 결과 지금은 3년 후 직원 1인당 순이익 5억원을 목표로 할 만큼 안정권에 접어들었다. 이들 외에도 연구원 창업 1호인 원다레이저의 원종욱 회장, 첨단신약을 개발중인 크리스탈지노믹스의 조중명 사장, 세계 최고의 보안감시 시스템을 만드는 아이다스의 김영달 사장, IMF체제 이후 돌다리 경영을 실천하고 있는 한국인식기술의 이인동 사장, 창업자의 기득권을 버리고 전문경영인에게 대표이사 자리를 내준 지니텍의 이경수 사장, 대덕밸리의 벤처기업중 코스닥등록 1호를 기록한 블루코드테크놀러지의 임채환 사장 등의 '경영 무용담'이 흥미진진하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