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은 곧 무능력을 향한 질주다." "마지막 승진은 바로 유능한 단계에서 무능한 단계로의 이행이다." 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일까. 전 콜롬비아대 교수인 로렌스 피터와 작가인 레이먼드 힐은 그러나 모든 위계조직에서는 이같은 일이 일어난다며 이를 하나의 원리로 제시했다. 이른바 '피터의 원리'다. 이들은 "위계조직 안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은 자신의 무능력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승진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왜 그럴까. 이들은 '피터의 원리'(나은영 옮김, 21세기북스, 1만원)에서 모든 위계 조직이 최대한의 성과를 내려는 본질 때문에 구성원들의 역량을 넘어서는 성과를 요구하기 때문이라고 이들은 설명한다. 예컨대 사람들은 한 두차례 승진을 하면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게 된다. 그러나 새 지위에서 능력을 발휘하면 또 승진할 수도 있지만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면 더 이상 승진하지 못한다. 결국 무능한 사람이 되고 만다는 것이다. "저런 능력으로 어떻게 저 자리까지 올라갔을까" 또는 "예전에는 괜찮아 보였는데 승진한 뒤에는 왜 저럴까"라는 소리를 듣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저자들은 설명한다. 따라서 '무능력'의 수준에 도달하기 전에 승진을 멈추는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승진해서 무능해질 바에야 승진하지 않는 편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기에 더 낫지 않느냐는 얘기다. 성공한 사람들이 이런 저런 질병을 앓게 되는 것도 역량을 넘는 일을 무리하게 맡았기 때문이며, 그 자체가 무능을 드러내는 또 하나의 표시라고 이들은 지적한다. 또 사람들은 어느 단계에서 무능해지든지 이를 인정하지 않고 교묘히 감추려 하지만 결국은 드러나고 만다고 꼬집는다. 자질구레한 서류까지 끌어안고 있거나 오색찬란한 필기구, 전화, 메일 등 통신수단에 대한 지나친 집착 등을 저자는 무능을 은폐하기 위한 사례로 든다. 이런 역설적 주장을 통해 이들은 뭘 말하려는 것일까. 결국은 자신을 무능력하게 만들고 마는 끝없는 승진보다는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수준을 유지하며 건강한 행복을 찾으라는 얘기다. 연봉제와 성과급제 등으로 끝없는 경쟁에 내몰리고 있는 오늘의 직장인들이 잠시 멈춰서서 생각해 볼만한 주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