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덥고 짜증나기 쉬운 여름철 팬터지 스릴러 추리소설 등이 제철을 만났다. 탄탄한 구성과 스피디한 전개,기상천외한 반전이 주는 즐거움을 아는 독자라면 이들 책의 유혹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황금나침반"(필립 풀먼 지음,김영사,전3권.각8천5백원)은 95년 출간된 이후 17개국 언어로 번역됐을 정도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팬터지 소설이다. 주인공 리라가 유괴조직 "고블러"의 음모에 휘말리면서 시작되는 북극으로의 여행이 기둥 줄거리. 저마다의 매력을 가진 등장인물과 환상적이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통해 독자들을 소설속으로 빨아들인다. 특히 물리 역사 신학 문학등 각분야를 두루 섭렵하고 있는 작가의 해박한 지식으로 인간 내면에 잠재해 있는 선과 악의 갈등구조가 보다 설득력있게 펼쳐진다. 여기에 고대신화의 영감과 스칸디나비아 신화의 인용은 새로운 세계에 대한 매력을 더한다. 타임스가 "매우 야심적이고 진지하며 인디애나 존스류의 영화처럼 긴박감과 속도감까지 갖추고 있다.독창성을 가진 거장에 의해 만들어진 보기 드문 줄거리를 갖고 있다"고 평했을 정도다. "브라운 신부전집"(G.K.체스터튼 지음,북하우스,전5권.각9천5백원)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가 "애드거 앨런 포보다 더 훌륭한 추리소설가"로 격찬했던 영국의 작가 체스터튼이 지난 1911년부터 35년까지 출간한 브라운 신부 이야기 49편을 모은 것이다. 브라운 신부는 체스터튼이 창조한 명탐정의 이름이다. 브라운 신부는 그러나 셜롬 홈즈나 루팡등 흔히 알고 있는 명탐정이나 괴도와는 딴판이다. 검은색 신부복에 역시 검정 성직자 모자를 받쳐 쓴 그의 모습은 펭귄을 연상시킬 정도로 우스꽝스럽다. 그러나 어수룩하게만 보이는 그가 범상치 않은 추리력으로 사건을 하나하나 풀어나갈 때 독자들은 묘한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다. 존 그리샴의 "소환장"(북@북스,9천8백원)은 아버지의 죽음과 함께 3백11만달러라는 거액의 현금더미를 발견한 주인공(레이)과 시시각각 닥쳐오는 검은 그림자와의 싸움이 기본 플롯이다. 레이는 동생을 포함해 모든 이들에게 현금의 존재를 비밀에 부친다. 그렇지만 혼자만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사실을 감지한 누군가가 그의 주변을 조여오기 시작한다. 보이지 않는 상대와의 치밀한 두뇌게임이 볼만하다. "마니아를 위한 SF걸작선"(아이작 아시모프외 지음,도솔,1만8천원)은 20세기 세계 SF소설 거장들의 단편을 추려 묶었다. 이중 한국에서 교양과학 저술가로 잘 알려진 아시모프의 "죽은 과거"는 그의 단골메뉴인 시간탐구라는 주제가 탁월하게 형상화된 작품으로 손꼽힌다. 이밖에 황금가지에서 펴낸 "환상문학전집"(애드거 앨런 포 등 지음,각권 8천원~1만1천원)과 "셜록홈즈전집"(코난 도일 지음,1만1천원)도 팬터지와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책들이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