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캉스 시즌을 맞아 미술관과 화랑들이 '개점휴업' 상태다. 전시장을 찾는 이들이 일부 화랑의 경우 하루 10명 안팎에 불과할 지경이다. 이런 하한기에도 예외가 있다. 사진전이 열리는 미술관과 화랑에는 관람객들이 줄을 잇고 있다. 안드레아스 거스키, 토마스 러프 등 외국 사진 거장들의 작품을 전시중인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의 '지금, 사진은' 전에는 하루 3백∼4백명의 관람객들이 몰려들고 있다. 주말에는 5백명 이상이 전시장을 찾는다고 한다. 가나측은 관람객들이 몰려들자 지난 4일까지로 잡았던 전시기간을 오는 25일까지 연장했다. 서울 사간동 아트선재센터에서 7년만에 사진개인전을 갖고 있는 배병우전도 매일 1백여명의 관람객들이 찾는다. 사진과 패션모델의 변천사를 보여주는 대림미술관은 대중 교통수단이 수월치 않은 서울 통의동이라는 지역적 취약점에도 불구, 많은 사진 애호가들이 방문하고 있다. 국내에서 사진전의 비중이 커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트레이시 모팻전'(아트선재센터)을 필두로 '강운구전'(금호미술관) '매그넘사진전'(예술의전당) '삶의 시간,시간의 얼굴전'(토탈미술관) '구본창전'(로댕갤러리) '사진 페스티벌'(가나아트센터) '별들의 평원에서'(한림미술관) 등 그 어느 해보다 굵직굵직한 사진전들이 열렸다. 특히 구본창전 관람객수는 무려 1만6천여명에 달했다. 관람객 동원 면에서 보면 이중섭전 박수근전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린 셈이다. 사진전에 관람객이 몰리는 이유는 국내에 사진 애호가의 저변이 넓기 때문이다. 관람객의 대부분은 사진 전공 학생이나 아마추어 사진작가들이다. 하지만 미술관과 화랑들이 앞다투어 사진전을 기획하는 배경은 이와 별로 관계가 없는 것 같다. 국제 미술계에서 사진예술이 뜨자 그 흐름에 동승하기 위해서다. 뉴욕에선 사진예술의 비중이 전통 회화를 앞선지 오래됐다. 국내에서 사진전이 점차 늘고 있는 점과 사진전에 관람객이 몰리는 이유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은 우리 미술계의 기이한 단면이기도 하다. 원인이 어떻든간에 사진예술이 국내 미술의 중요한 장르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 sklee@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