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녘 바닷가에서 살고 있는 소설가 한승원씨가 갯내음 물씬한 신작을 선보였다. 장편 '물보라'(문이당,8천8백원)는 서정적이면서도 토속적인 작품이다. 한의 정취가 배어나는 이 작품엔 시적인 비유들이 많다. 주인공 해선은 새우 양식을 하는 아버지와 단둘이 사는 소년이다. 아버지는 욕을 하며 해선을 자주 때린다. 해선은 그때마다 아버지가 진짜 아버지가 아닐 거라고 생각하지만 아버지와 자신이 왼손잡이임을 상기하고 고개를 젓는다. 어느날 아버지는 외박 후 돌아와 건넌방에 '백여시'가 있으니 들어가지 말라고 한다. 궁금한 해선은 몰래 건넌방을 엿본다. 아버지는 벌거벗은 여자를 묶은 채 지네를 떨어뜨리고 있었다. 여자는 벙어리인 듯 단말마의 비명만 내질렀다. 이튿날 한 남자가 나타나 여자를 데려가게 해달라고 사정한다. 아버지는 남자를 두들겨 팬다. 아버지는 곧 해선에게 남자와 여자가 너의 친부모라며 따라가라고 한다. 아이를 낳지 못하는 아버지는 아내를 외간 남자와 합방시킬 수밖에 없었고 그 자식인 해선을 받아 키워온 것이다. 바닷가 소년의 성장소설인 이 작품은 생명에 관한 원초적인 감각을 일깨운다. 한씨는 "섬만 섬이 아니고 혼자 있는 것은 다 섬"이라며 "서로 갈등하고 대립하는 존재들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