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들이 저하고 매일 싸워요. 다들 '한 성격' 하시거든요." 경기도 광주군 퇴촌면 원당리 '나눔의 집' 원장 능광 스님은 이렇게 말하면서 웃음을 터뜨렸다. '나눔의 집'은 일제때 일본군들에 의해 강제로 성적 피해를 당한 위안부 출신 할머니들의 보금자리다. 능광 스님이 이 곳에 온 건 지난해 3월.전임 원장이 성추문으로 물러난 직후라 후원금이 줄어드는 등 어려움이 많을 때였다. "할머니들이 마음을 못 잡고 동요하고 있어서 우선 안정시켜드리는 게 급선무였어요. 후원금도 줄고 '나눔의 집' 건립 및 운영의 주도적 역할을 했던 불교계에서조차 '나눔의 집'에 대해 회의론이 나오는 상황이었거든요." 스님은 경제적 어려움이 가장 크다고 했다. 매달 할머니들에게 드리는 1인당 20만원씩의 용돈 말고는 지출을 최대한 줄였다. 다행히 올해 들어서는 작년보다 후원자가 많이 늘었지만 살림은 여전히 빠듯하다. 전체 후원자는 5백여명,이중 매달 후원금을 내는 후원자는 3백명 가량에 불과하다. 게다가 곧 목돈이 들어가는 일도 시작해야 할 판이다.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전문요양원을 건립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국에 위안부 출신 할머니가 1백40명이 살아 계시는데 대개 80세가 넘은 고령에다 보호자가 없어요. 치매라도 걸리면 보호시설에 갈 형편도 못돼요. 정부에서 생활지원금(60만원)을 주지만 간병인 수고비는 본인 부담이거든요." '나눔의 집' 옆의 텃밭 7백여평을 사들여 요양원을 짓기로 했지만 땅값(1억8천만원) 마련하기가 만만찮다. 그래서 시작한 게 '땅 한 평 사기 운동'이다. "위안부 출신 할머니들은 역사자료보다 더 귀한 분들입니다. 이 분들이 편찮으실 땐 곁에서 손이라도 잡아주며 돌아가시는 날까지 보살펴드려야지요. 많은 분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할머니들이 다 돌아가시면 나라를 위해 일하다 어렵게 되신 분,기지촌 여성 등을 이 시설에 모실 생각입니다." '나눔의 집'에는 현재 10명의 할머니들이 살고 있는데,방이 모자라 능광 스님은 인근의 법성사에 방을 얻어 더부살이를 하고 있다. 그래도 능광스님은 "이곳에서 참고 정진하며 자비를 실천하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감한다"면서 "여기가 바로 수행 도량"이라고 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