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쉿, 조용히 해주세요" 서울 인사동 갤러리상이 9명의 작가를 초대해 'Please, Be quiet...'전을 열고 있다. 8월 25일까지 계속될 이번 전시에는 송영규, 허정수, 강은수, 천성명, 김윤수, 정보영, 김미형, 한은선, 정정엽씨가 참여했다. 출품작은 평면, 입체, 영상 등 20여점. 참여작가는 재료와 기법, 감성에서 각기 다른 개성을 보이지만 내면의 절실함을 표현했다는 점에서는 공통된다고 갤러리측은 설명한다. 전시 제목은 조용히 해야 작품과 관람객의 상호소통 길이 열린다는 뜻이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작품이 살며시 말을 걸어온다는 얘기. 작품에 대한 고요한 집중은짜릿한 교감의 세계로 인도한다. 천성명씨의 설치 `길을 묻다'를 예로 들어보자. 그의 작품은 실내외에 독립적으로 각 한 점씩 놓여 있다. 실내의 경우 일상에 매몰된 자아가 갈 길을 몰라 불안하게 두리번거리는 모습을 소녀로 상징해 보여준다. 물이 차오르는 길에 쪼그려 앉은 소녀는 두려운 눈빛으로 어디로 가야 하느냐고 말없이 묻고 있다. 실외의 작품은 길가에 있어 놓치기 쉽지만 꼭 한번 들여다 볼 일이다. 벽에 설치된 이 작품은 안경 쓴 남자의 모습이다. 이 남자의 두상은 간헐적으로 고개를 끄덕이지만 표정은 넋이 나간듯 꺼벙하다. 찬찬히 들여다 보노라면 애처로운 자신의 얼굴이 겹치기도 한다. 두 작품 모두 작가와 현대인의 자화상이다. 이밖에 송영규씨는 어둠에 묻힌 손을 그려냈고, 김윤수씨는 고대 토기를 연상케 하는 골판지 작업을 내놨다. 김미형씨는 문짝에 드릴로 구멍을 뚫어 사람의 얼굴 모습을 만든 `자화상' 작품으로 감상자가 내면을 관조해보도록 유도하고 있다. ☎ 730-0030.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id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