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시황릉과 함께 중국의 대표적 고분인 마왕퇴(馬王堆) 무덤에서 발굴된 국보급 유물들이 한국에 첫선을 보인다. 오는 31일부터 9월29일까지 예술의 전당 미술관에서 열리는 '마왕퇴 유물전'에서다. 마왕퇴는 중국 양쯔강(揚子江) 남쪽의 후난성(湖南省) 창사(長沙)에 있는 낮은 구릉.당나라가 망한 뒤 세워진 여러 나라 중 하나인 초나라 왕 마은(馬慇)과 그의 아들 마희범(馬希范)의 무덤이라고 전해지는 곳이다. 1971년 12월 이 곳에서 방공호를 만들기 위해 땅을 파들어가던 중국 인민군이 우연히 고분을 발견했다. 이듬해부터 발굴에 들어간 중국 고고학자들은 경악했다. 2천1백년 전의 무덤에서 전혀 부패되지 않은 여인의 시신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살아 있는 듯 윤기 있는 얼굴,탄력 있는 피부,눈으로 알아볼 수 있을 정도의 발가락 지문과 모공…. 3년간에 걸친 발굴 결과 이 무덤은 전한 시대 초기 장사국의 재상이었던 이창(利倉)과 그의 부인 신추(辛追),이들의 아들이 묻힌 가족묘지인 것으로 밝혀졌다. 또 시신의 주인공은 신추인 것으로 확인됐다. 3천여 점의 각종 부장품도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다. 3기의 무덤 중 2호분과 3호분은 이미 도굴당했지만 완벽하게 보존된 신추의 무덤(1호분)에서 자수 칠기 도자기 죽간 현악기 등이 출토됐다. 또 12만자에 달하는 글자를 비단에 쓴 백서(帛書)와 골목길까지 자세히 나타낸 지도도 발굴됐다. 한·중 수교 10주년과 마왕퇴 발굴 30주년을 기념한 이번 전시회에는 그간 외부에 반출되지 않았던 중국의 국보급 유물 1백70점이 대거 공개된다. 붉은 옻칠에 사슴 신선 용 호랑이 등의 상서로운 그림을 그려넣은 주지채화관과 T형백화,백서,나무로 만든 목우(木偶),화려한 칠기류와 복식류 등이 선보인다. 신추의 미라는 중국측이 반출을 허용하지 않은 대신 복제품을 보내왔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