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薄紗) 고깔에 감추오고..." 이렇게 시작되는 조지훈 시인의 "승무"는 누구에게나 친숙한 시다. 그러나 실제로 승무에 대해 제대로 아는 사람은 흔하지 않다. 중요무형문화재 제50호 영산재 이수자인 법현 스님(38.동국대 국악과 교수)이 승무의 역사와 종류,내용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불교무용"(운주사,1만7천원)을 냈다. 법현 스님은 아홉살 때인 지난 74년 서울 신촌의 봉원사로 출가,30년 가까이 범패(불교음악) 및 승무와 함께 해왔다. "수행자는 수행의 한 방편으로 춤을 춥니다. 춤사위가 세속적인 기쁨이나 슬픔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입으로는 부처님의 말씀을 찬탄하고 마음으로 그 가르침을 되새기며 몸으로는 깨달음을 향한 수행의 몸짓을 하는 것이지요." 승무를 작법무(作法舞),즉 법을 짓는 춤이라고 하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춤사위도 여느 전통춤과는 다르다. 눈은 참선하듯이 3분의 1 정도만 뜬 채 코끝을 응시하는 게 기본이다. 승무가 수행의 방편인 동시에 불법을 전하는 것이기도 한 만큼 몸을 꼬거나 숙이거나 비틀지도 않으며 허리는 항상 반듯하게 세워야 한다고 법현 스님은 설명한다. "승무는 크게 바라춤 나비춤 타주춤 법고춤으로 나뉩니다. 바라춤이 7가지,나비춤이 18가지나 됩니다. 그러니 이 모든 것을 다 배우고 익히기까지는 15년 이상 걸려요. 처음부터 승무를 배우는 게 아니라 범패를 먼저 익혀야 하기 때문이지요." 법현 스님에 따르면 승무의 전 과정을 제대로 시연할 수 있는 사람은 열 명 안쪽이다.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다. 그는 "함께 범패와 승무를 배웠던 15∼16명중 혼자만 남았다"고 했다. "우리 범패와 승무의 역사는 신라 때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런데도 요즘 일반인들은 승무를 잘 모르지요. 일제가 민족문화 말살을 위해 사찰에서의 각종 의식과 범패 및 작법무를 금지했던데다 절집에서도 선승과 교법승에 비해 의식승(儀式僧)을 경시하는 풍조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요즈음은 불교음악 및 무용에 대한 일반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법현 스님은 전했다. 봉원사에서 운영하는 4년 과정의 범음대학에서만 1백80여명이 배우고 있고 동국대 국악과에도 불교음악 및 무용을 배우기 위한 지망생이 크게 늘었다는 설명이다. 법현 스님은 불교무용 음반인 '한국의 범패' 시리즈를 제작중이다. 지금까지 17장의 CD를 만들었고 오는 2008년까지 80장의 CD를 제작할 예정.스님은 또 이달초 터키에서 열린 제16회 무용콩쿠르에서 한국의 불교음악과 무용을 선보였다. 내년에는 그리스 이탈리아 마케도니아 초청공연을 갖는 등 해외에 한국 불교의 전통예술을 알릴 계획이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