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는 스타를 갈망하는 사회다. 월드컵 이후 한국 축구대표 선수들이 여전히 인기를 얻고 있는 게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우리 미술계의 스타는 누구일까. 단연 비디오 아트의 대부인 백남준(70)이다. 미술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도 그를 안다. 유명한 예술가는 으레 '명성과 부'를 함께 얻는다. 하지만 백남준은 그렇지가 않다. 그는 몇년 전 한 미술평론가와의 대담에서 "나는 명성도 얻었고 친구도 많이 사귀었다. 그러나 다른 예술가들에 비해 유독 돈을 버는 데는 실패했다"고 술회했다. 실제로 그는 비디오예술 37년을 결산하는 중요한 계기였던 2000년 2월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에서의 전시를 준비하면서 엄청난 경제적 고통을 받았다. 당시 전시 비용은 1백80만달러(약 20억원). 그는 비용 마련을 위해 정든 작업실을 팔았지만 턱없이 모자랐다. 다행히 국내 모 대기업의 지원 덕분에 구겐하임 전시는 성공리에 열렸고 이를 계기로 그는 더 유명해졌다. 재미있는 점은 이제 백남준은 '빈털터리'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경기도 신갈에 들어설 '백남준미술관'이 그에게 '부'를 가져다 준 것이다. 미술관 사업을 추진하는 경기도는 최근 이 곳에 전시할 작품 구입비로 무려 5백20만달러를 지급했다. 그가 평생 처음 만져보는 엄청난 돈이다. 경기도가 작품을 추가로 구입하면 그에게는 더 많은 돈이 들어온다. 대박이 터졌다고 그가 달라질까. 그렇지 않다. 그는 여전히 누더기 옷에 싸구려 음식만 사먹고 있다고 지인들은 전한다. 게다가 당뇨 혈압에 중풍까지 걸려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하는 상태다. 그런데도 여전히 새 작품에 매달리고 있다. 요즘엔 맨해튼 파크 애비뉴에 힐러리 클린턴 뉴욕주 상원의원을 대상으로 한 설치작을 구상중이라고 한다. 아마도 그는 그 큰돈을 죽을 때까지 '예술혼'을 불태우는 데 쓰지 않을까.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