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계탕은 조리법이 비교적 단순하다. 양념을 별로 넣지 않고 원재료의 맛을 최대한 살린 음식이다. 그런데도 한국을 찾는 관광객들이 꼽는 한국음식 "베스트" 3에 삼계탕이 빠진 적은 거의 없다. "영계"라는 단어가 본래의 뜻으로만 쓰이던 시절에 삼계탕의 전신(前身)격으로 영계백숙이라는 음식이 있었다. 문자그대로 석 달 남짓 된 "미성년(未成年) 닭"의 뱃속에 통마늘과 찹쌀을 채워 넣고 푹 끓여낸 음식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인삼뿌리가 추가된 업그레이드 영계백숙 삼계탕이 유행하면서 옛날식 영계백숙은 안타깝게도 사라지고 말았다. 사실 일반삼계탕에 들어가는 인삼으로 말하자면 굳이 분류를 해서 인삼이지 약효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어린 인삼이다. 게다가 맛으로만 따지면 닭에는 인삼향보다 마늘향이 더 어울린다. 통마늘이 가득 들어간 영계백숙은 국물맛도 좋고 푹 삶아져서 흐물흐물해진 마늘의 맛도 일품이다. 삼계탕 일변도가 아니라 영계백숙도 공존할 수 있는 식문화의 다양성이 아쉽다. 삼계탕 전문점을 몇 집 소개한다. 원조고려삼계탕(서소문 정동입구.02-752-9376)=4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집.삼계탕을 대중화시켰을 뿐더러 계삼탕과 혼용되어 쓰이던 삼계탕이라는 단어를 정착시키는 역할을 했다. 이 집 삼계탕은 닭냄새 때문에 닭을 못 먹는다는 사람도 먹을 수 있을 정도로 국물이 맑고 향긋하다. 어린 장닭인 웅추를 쓴다는데 흰 살보다 붉은 살이 많은 좋은 육질이다. 김치도 깔끔한 맛이고 국수를 넣어먹을 수 있는 점도 특색 있다. 외국인,특히 일본관광객들에게 많이 알려져 이제는 아예 관광코스화 되었다. 우리나라가 외국에 내놓을만한 맛의 명소중 하나다. 토속촌(종로구 체부동.02-737-7444)=점심때쯤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효자동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자동차와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는 골목입구가 눈에 띈다. 대형 한옥집인 토속촌이 있는 골목이다. 번화가도 아닌 곳에 어떻게들 알고 오는지 외국인들까지 몰려들어 점심시간에는 30분 이상 줄을 설 각오를 해야 한다. 이 집 삼계탕은 원조고려삼계탕과는 완전히 대조적인 맛이다. 검정 깨가 뿌려져 나오는 국물은 색깔부터 심상치 않다. 각종 견과류를 넣어서 끓였다는 국물은 진하고 걸쭉하다. 직영농장에서 길러낸 토종닭을 쓰기 때문에 고기 씹는 맛이 일품이다. 우슬이네(고양시 법곳동 자유로옆.031-923-7200)=특수삼계탕 전문점인 우슬이네는 새로운 메뉴 개발이 영업전략이다. 가장 최근에 개발된 메뉴는 참게닭.각종 한약재로 만든 육수에 토종닭 새우 바지락 밤 대추 은행 검정깨등을 넣고 끓이다가 민물참게와 낙지를 산채로 넣는다. 낙지와 새우 닭을 먹고 있노라면 참게에서 국물이 우러나와 독특한 맛으로 변한다. 남은 국물에 쑨 죽을 먹어보면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3인분에 6만원선이다. 가족단위 손님들을 위해 각종 닭과 개,돼지등 가축을 기르는 부설 미니동물원을 인근에 만들어 볼거리도 제공한다. < 최진섭.맛칼럼니스트.MBC PD(choijs@mbc.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