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 금품수수 비리와 관련, 검찰이 MBC 전 PD 황모씨를 구속하고, 국내 4대 연예기획사들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하는 등 수사를 본격 확대함에 따라 방송.가요계가 동요하고 있다. 특히 11일 수원지법의 '소리바다' 음반복제 금지 가처분 결정으로 고무된 음반업계는 같은 날 검찰이 유명 음반기획사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병주고 약주는 꼴"이라며 불만을 털어놓고 있다. 또 이번 검찰수사가 가뜩이나 불황에 허덕이는 음반시장의 침체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케이블 TV 음악채널 m.net의 한 관계자는 "월드컵 이후 가수들의 활동이 봇물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는 시점에서 이번 사건이 불거져 상반기 최악의 불황을 맞은 음반 산업이 또다시 침체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한 음반사의 간부는 "정부가 음반을 포함한 문화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마치 연예계가 비리의 온상인 것처럼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는 것은 만성적인 불황에 시달리는 음반업계의 의욕을 꺾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케이블TV 음악채널이 뮤직비디오를 방송하면서 협찬비를 받는 것에 대해 "음성적인 뇌물이 아니라 엄연한 광고비"라면서 "PR비 명목으로 기자에게 '검은 돈'은 건네는 관행도 없어진 지 오래됐다"고 말했다. 매니지먼트 업계의 관계자는 "영화사나 방송사가 스타급 연기자 캐스팅에 목을 매달고 있는 형편에서 대형 매니지먼트사가 출연부탁을 위해 금품을 제공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가요계와 방송계 등에서는 노래 방송과 홍보성 기사 등을 대가로 금품을 제공하는 관행이 아직도 남아 있다는 의혹이 끈질기게 제기되고 있어 지난 3월 영화계 비리 파문처럼 쇼PD와 연예담당 기자 등이 줄줄이 검찰에 소환될 가능성도 있다. 한편 방송국의 예능프로 PD들은 몇몇 소수 PD의 부정이 방송국 전체의 이미지를 훼손하지 않을까 우려하면서도 몇 년마다 주기적으로 되풀이되는 검찰의 단발성 수사에 대해 `방송가 길들이기가 아니냐'는 회의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KBS 예능국의 모 PD는 "금품 수수 관행은 예전에 비해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고 특히 젊은 PD들 사이에서 그런 관행은 더이상 찾아 볼 수 없다"면서 "몇 년마다 한번씩 주기적으로 되풀이되는 검찰의 이런 수사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반면 SBS의 예능국의 한 책임 프로듀서는 "몇몇 PD의 부정이 다른 PD 전체의 명예에 대한 훼손으로 확대되는 것을 막기위해서라도 연예게 금품 수수 비리는 철저하게 수사해야 된다"고 말했다. 한국연예제작자협회의 한 관계자 역시 "일부 음반 기획사나 가수 매니저들이 방송국 PD들에게 음반홍보비를 제공해온 사실은 인정하지만 소수에 불과하다"면서 "음악성으로 승부하는 가수들이 사장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궁극적으로는 이런 관행은 뿌리뽑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모 인기그룹의 매니저는 "가요나 쇼프로그램 PD들에게 홍보비 명목으로 앨범이 나오기전 100-200만원 정도 제공하는 것이 관행이었지만 연예제작자협회와 MBC의 마찰 이후 젊은 PD들을 중심으로 갈수록 이런 관행은 사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홍제성.김병규 기자 fusionj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