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게 깎은 머리,작지만 다부진 체구,번득이는 눈빛,소매를 걷어올리면 팔목부터 시작되는 현란한 문신….얼핏 보면 영락없는 '조폭(조직폭력배)'이다. 경기도 의정부시 용현동 '아름다운 교회'의 정경포 목사(45). 그는 실제로 20여년을 주먹과 마약으로 살았던 전과6범의 '깡패' 출신이다. 하지만 교도소에서 신앙을 접한 데 이어 출소 후에는 신학대학과 대학원을 다녀 지난달 17일 목사 안수를 받았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저 놈이 사람 되면 손에 장을 지지겠다'는 소리를 듣던 제가 하나님을 알고부터 새로운 삶을 찾았지요. 이제 죽는 날까지 손발을 다해 생명을 살리는 일에 앞장서겠습니다. 그게 저로 인해 고통받고 가슴 아파했던 분들에게 속죄하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서울 중랑천 뚝방마을의 가난한 판잣집에서 4남1녀 중 막내로 태어난 정 목사는 고교 때부터 불량배들과 어울리며 엇나가기 시작했다. 술집을 기웃거리고 다른 주먹패들을 '평정'하며 주먹세계의 꿈을 키웠다. 이후 노점상이나 술집 카바레 안마시술소 등을 갈취하는 조폭이 돼 강남지역 유흥가를 휘저었고 건설업체의 해결사 노릇도 했다. 그러면서 단 '별'이 여섯개.그 중 두 개는 마약 전과다. 초등학교 동창의 꾐에 빠져 마약에 손을 댄 이후 중독자가 됐던 것.그러나 마약 때문에 수감됐던 대전교도소에서 그는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우연히 기독교 집회에 참석했는데 마음이 평안해지고 진정되더군요. 그러면서 지난 세월을 돌아보니 너무나 부끄럽고 추하게 살아온 내가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러나 '악의 세계'에서 발을 빼기란 쉽지 않았다. 출소 후 교회에는 계속 나갔으나 옛 후배들이 찾아와 건네주는 마약을 뿌리치지 못하고 복용하다 결국 쫓기는 신세가 됐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경기도 가평의 강남기도원.여기서 그는 다시 한번 신앙의 힘에 이끌린다. "첫날 예배에서 '낮엔 해처럼 밤엔 달처럼 그렇게 살 순 없을까∼'라는 찬송가를 듣고는 부끄러움과 함께 눈물이 왈칵 쏟아지더군요. 그때 저는 하나님께 기도했어요. 나를 죄악에서 건져주시면 낮엔 해처럼,밤엔 달처럼 남을 인도하며 살겠다고요." 그래서 정 목사가 출소 후 시작한 것이 신학 공부와 교도소 사역이다. 춘천 영등포 의정부 교도소의 정신교육 강사로 나가 재소자들이 즐겁게 생활하면서 출소 후 사회생활을 준비하도록 도와주고 있다. 교도소 문화를 잘 알기 때문에 그가 내리는 처방은 효과가 크다고 한다. 또 출소 뒤에도 몇달 혹은 1,2년씩 함께 지내며 다시 나쁜 길로 돌아가지 않도록 보살펴주기도 한다. 지금 정 목사와 함께 생활하는 출소자만 여덟명이나 된다. 정 목사는 자신의 변화에 대해 "하나님이 '악의 신도'를 하나 빼앗아 오신 것"이라며 "다른 사람들도 하루살이 같은 인생이 아니라 '영원한 생명'을 만나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