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꽃 필 무렵」의 작가 이효석(1907-42)이 일제시대에 일본어로 쓴 수필 세 편이 월간문예지 「현대문학」 7월호에 공개됐다. 문학평론가 김윤식(명지대 석좌교수)씨가 발굴, 공개한 수필은 이효석이 1939년과 1940년 두 차례에 걸쳐 만주지역을 여행한 뒤 신문 등에 기고한 '대륙의 껍질' '북만주 소식' '새로운 것과 낡은 것-만주여행단상' 등이다. 1939년 9월 15-19일자 '경성일보(京城日報)'에 소개된 '대륙의 껍질'은 평양 대동공전(大同工專) 교수였던 이효석이 여름방학을 이용해 하얼빈(哈爾濱) 등 만주지역을 여행한 뒤 적은 글로 추정된다. 이효석은 이 수필에서 기차여행중 중국인들의 불결한 모습에 대한 나쁜 인상, 뉴욕에 버금가는 세계적 도시였던 하얼빈의 이국적풍경 등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북만주 소식'은 만주에서 돌아와 1939년 11월 '조선급만주(朝鮮及滿洲)'에 실었던 글로 하얼빈에서 그를 안내했던 K군과 북만주 지역의 일면파(一面坡)에 있던 숭실전문 제자 K군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 놓았다. '새로운 것과 낡은 것'은 두번째로 하얼빈을 찾은 이효석이 1940년 11월 26-27일 '만주일일신문(滿洲日日新聞)'에 기고한 수필이다. 서양식 문화가 넘치는 하얼빈에서 만주인들의 전통악기 호궁(胡弓)의 가치를 일깨운 점이 눈에 띈다. 이 수필들을 번역, 공개한 김윤식씨는 「이효석 문학과 하얼빈」이라는 글을 통해 "하얼빈은 이효석에게 슬라브어가 지닌 형언할 수 없는 울림의 빛깔로 표방된 환각의 실체였을 수 있다"면서 "초기 단편 '노령근해'(1930년), '북극사신'(1930년)의창작동기가 책상 앞에서 러시아어 사전을 펼쳐놓고 그 말이 지닌 울림의 매력에서 비롯됐다면, 후기의 장편 '벽공무한'(1940년)이나 단편 '하얼빈'(1940년)은 두 차례만주기행이 밑거름이 됐다"고 밝혔다. 김씨는 이 글에서 심미주의자였던 이효석의 세련된 글쓰기와 이중어 글쓰기에 대한 새로운 평가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천기 기자 ckch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