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백자와 현대회화의 만남"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가 한.일월드컵 기념 두번째 기획전으로 마련한 "백자와 현대회화의 조화"전은 백자와 현대 평면회화의 만남을 통해 전통과 현대를 관통하는 한국미학을 살펴보는 이색전시다. 조선후기의 백자 달항아리 명품 16점이 출품돼 오랫만에 백자를 감상할 수 있는 자리다. 이우환 이상범 김환기 윤명로 오수환 고영훈 등 우리 민족의 미(美)의식을 토대로 작업을 해온 작가들의 대표작들도 함께 전시중이다. ◆백자전=조선 후기 백자 항아리는 문양을 넣지 않고 기교를 부리지 않은 채 백자 본연의 순수 미감을 강조한 게 특징.성리학에 기반한 선비들의 절제된 미의식을 반영한 것이다. 특히 이번 전시에 선보인 큰 달항아리 3점을 비롯한 백자들은 비대칭에 단순한 형태인데다 조형적으로도 대범해 대표적인 조선후기 백자로 평가받는 작품들이다. 이옥경 가나아트센터 대표는 "항아리가 크다 보니 한 번에 빚을 수가 없어 위아래 그릇을 붙인 흔적이 드러난다"며 "일본에서는 오히려 이러한 자연스러움으로 인해 가치를 높게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가나아트센터 공예관에는 현대도예작가인 김익영씨(67)의 작품들 30여점이 출품됐다. ◆현대회화전=파리에서 활동중인 이우환 화백(66)의 1970년대 대표작인 '선으로부터' 시리즈가 출품됐다. 노장사상으로부터 출발해 소멸과 생성,정(靜)과 동(動),모든 존재와 비존재를 뛰어넘는 '어울림의 정신'을 단순하고 간결한 붓질로 표현해 낸 작품들이다. 청전(靑田) 이상범(1897~1972)은 한국의 야산을 향토성 짙게 풀어낸 전통 산수화가. 붓으로 점을 찍듯 한 점 한 점 찍어낸 점묘(點描)법으로 묘사한 60년대 수묵담채 작품인 '산수' 시리즈와 10폭 병풍으로 구성된 '춘하추동' 등 10여점이 선보였다. 김환기(1913~1974)의 60년대 대표작인 1백호 크기의 '점' 시리즈뿐만 아니라 10∼15호 크기의 소품 10여점이 선보여 눈길을 끈다. 김환기는 한국의 선과 색채를 현대적인 회화 감각으로 발전시켜 한국 현대회화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을 얻고 있다. 이밖에 현대적인 방법으로 수묵 산수에 접근해 전통에 대한 또다른 해석을 보여주고 있는 윤명로 오수환 고영훈씨의 신작도 출품됐다. 7월7일까지.(02)720-1020 이성구 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