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심리학자는 붉은 악마들의 월드컵 거리응원을 '과거의 가슴속 응어리를 분출하는 행동'이라 평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현실 정치에 대한 실망감과 불안한 미래를 잊고 지내고픈 무의식적 충동 또한 내포되어 있는 행동이다. 이처럼 우리들이 잊고 지내고 싶은 미래의 문제 중 하나가 바로 고령 인구에 대한 부양 부담이다. 고령화로 인한 사회적 파장에 대해 미국의 역대 대통령 자문역으로 활동해온 70대 후반의 피터 피터슨은 '노인들의 사회, 그 불안한 미래'(에코리브르, 1만5천원)에서 우리들이 잊고 살고 싶은 이 문제를 낱낱이 파헤치면서 구체적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고령화 지진(agequake)'이 몰고올 사회적 파장을 학제적 시각에서 분석한다. 경제학이나 사회복지학의 시각에서 고령화 문제를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한 몇몇 책들과는 달리 경제학 정치학 윤리학 문화인류학 등 여러 학문 분야의 지식을 바탕으로 고령화의 파장을 포괄적으로 분석해 놓고 있다. 저자는 또한 동양과 서양, 선진국과 개도국을 망라한 23개국의 고령화 파장과 국가의 정책적 한계를 해당 국가의 문화적 배경까지 고려하며 분석했다. 더 나아가 고령화에 대한 한 국가의 미온적 대응이 전세계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지적하면서 각국 정상의 협력적 노력을 권하고 있다. 저자는 지금까지 국가 대 국가 또는 사회 내부가 '풍요 대 가난'으로 양분되던 것이 4반세기 후에는 아마도 '젊음 대 나이듦'으로 양분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가까운 미래의 암울한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해 개인은 좀더 오래 일하면서 스스로 노후를 대비하고 가족은 의존성 노인을 적극 부양하고자 하는 효의식을 되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국가는 현행 사회보장제도를 개혁해 나가야 하며 전세계가 함께 협력해 노인 문제를 풀어가는 길이 고령화의 엄청난 파고를 넘는 방법이라고 제시한다. 이 책은 이 땅의 미래를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은 읽어야 할 책이다. 특히 국가 재정은 고려하지 않은 채 표를 얻기 위해 '노인 카드'라는 '공약(空約)'을 남발하는 정치가들은 반드시 읽어야 한다. 이 책에 담긴 경고의 메시지를 정확히 인식해야 정치가가 아닌 진정한 '지도자'로 거듭날 수 있으며 우리는 그런 사람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권중돈 (목원대 사회복지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