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은행연합회가 오는 7월로 예정된 은행의 주5일 근무제 시행에 맞춰 시행초기의 고객 불편을 덜어주기 위한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7월 한달동안 토요일에도 전국 5백88개 거점 점포의 문을 열고 만기가 토요일인 각종 대출금과 공과금은 다음 영업일로 만기를 늦추는 한편 토요일 오전의 자동화기기 이용수수료 면제,24시간 인터넷 서비스의 전 은행 확대 등 나름대로의 세심한 배려가 엿보인다. 이같은 조치들이 시행되면 고객의 불편을 줄이는데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은행의 주5일 근무제가 불러올 핵심적 문제는 현실적으로 고객이 겪게 될 사소한 불편이 아니라 다른 산업이나 단위사업장에 미칠 상징적 영향이 실로 막대하다는데 있다. 금융기관은 모든 산업의 혈맥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은행이 휴무를 하면 많은 기업들이 선택의 여지없이 일손을 놓을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번 대책은 이러한 상징적 영향을 도외시하고 있어 엄밀한 의미에서 '종합대책'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더욱이 금융산업 노사간의 주5일 근무제 합의조건을 다른 업종이나 단위사업장 노사협상의 기준으로 삼도록 하겠다는 게 정부의 속셈이고 보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은행의 근무양태는 다른 화이트칼라 업종과도 다를 뿐더러 특히 제조업 현장과는 너무도 동떨어져 있어 은행의 근무조건이 다른 산업의 보편적 기준이 될 수 없다. 설령 단위사업장별 토요휴무제 도입 협상이 활발해진다 하더라도 금융산업이나 공공서비스 부문은 맨 마지막에나 도입을 검토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하물며 노사정위원회에서도 합의하지 못한 민감한 제도를 은행이 앞장서 강행하겠다는 것은 경솔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주5일 근무제 도입이라는 국가적 중대사가 금융노사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결정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또 노조의 힘이 세다고 하여 독자적으로 밀어붙이는 것도 노사정 협상정신에 어긋나는 일이다. 금융노사가 합의한 것처럼 집단연월차를 사용하는 편법으로 토요휴무를 강행하겠다는 것은 처음부터 변칙적인 길로 가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입법도 안된 상태에서 업종별,또는 일선 사업장별로 근로시간 단축이 이뤄질 경우 국제기준에 맞지 않는 휴가 휴일제도는 그대로 둔채 근로시간만 줄어드는 기형적인 주5일제가 도입될 위험이 크다. 주5일 근무제는 떳떳하게 노사정위원회나 국회에서 토의되고 걸러져 법제화를 통해 도입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