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제 패러다임에서 우리 기업들은 고객, 주주, 협력 파트너, 그리고 지역사회와의 '關係(관계)의 質(질)'을 높이기 위해 관계경영(Relationship Management)에 몰두하고 있다. 이는 관계 주체와의 공생 및 협업 없이는 기업들의 미래 가치와 경쟁력을 보장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들의 자금조달 방법중 은행을 통한 간접금융보다는 주식 채권 등을 통한 직접 자금조달의 비중이 증가하면서 다른 어떤 관계 주체보다 투자자에 대한 관계경영이 기업의 주된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미 세계의 선진 기업들은 주주가치 중심의 경영뿐만 아니라 투자자의 가치 제고를 위해 투명하고 신속하며 정확한 정보 제공을 기본으로 삼고 있다. 기업의 최고경영진은 애널리스트나 펀드매니저들과의 미팅을 손수 챙기며 전세계 로드쇼에 직접 참석한다. 자사의 시장가치를 충분히 홍보함으로써 전세계 자본시장으로부터 더 저렴한 비용으로 더 여유 있게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다. 선진 기업들은 투자자 관계경영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사내에 IR(기업홍보) 전담조직을 갖추고 PR와 마케팅, 기획, 재무, 인사담당 조직간의 광범위한 협업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전사적으로도 투자자 관계경영에 대한 중요성을 공유하고 있다. IR 관련 실무자들의 내부 위상도 올라가고 있는 추세이다. 이제 IR는 단순한 재무적 지표의 공시 활동이 아니다. 기업의 장기 비전과 브랜드 파워, 지배구조의 투명성 및 시민의식 활동 등을 포괄하는 경영전략의 핵심 활동이다. 지금까지 특정 대상을 향한 재무 수치의 공시 정도로 인식해 왔던 우리 기업들은 IR를 전략적 활동으로 인식해야 하는 전환점에 서 있는 것이다. 'IR 매니지먼트'(가이 마사키 지음, 현대경제연구원 옮김, 거름, 2만5천원)는 바로 이와 같은 경영 트렌드를 명쾌하게 분석하고 기업들의 실무 방안을 조언해 주는 전략 지침서다. 지나치게 실용적인 부분에 치중한 기존 IR 지침서들과는 달리 금융시장의 변화나 가치경영의 확산 등 거시적 경영환경 변화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전략적 IR 활동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있다. IR 활동을 기업 마케팅 활동의 하나로 인식하고 기업의 잠재가치를 구체화하거나 이를 홍보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 이 책의 두드러진 장점이다. 이와 함께 저자는 일본에서의 IR 컨설팅 경험을 바탕으로 IR 활동의 전반적인 프로세스와 기업 메시지 구축 방법, 대화형 프리젠테이션의 작성 및 추진 방법 등 세부적인 실무 조언도 아끼지 않고 있다. 한국의 기업환경에 맞는 성공적인 IR 전략을 집중적으로 다룬 부록도 매우 유용하다. 벤처기업을 포함한 많은 국내 기업의 경영진뿐 아니라 실무자들이 경영전략으로서의 IR에 대해 올바로 이해하고 적용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책이다. / 박찬원(로이스컨설팅 대표.경영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