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이 이처럼 실용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을까. '드 보통의 삶의 철학산책'(알랭 드 보통 지음, 생각의 나무)은 비즈니스 현장에서 하루하루를 아슬아슬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실용적인 철학 책이다. "철학의 임무는 우리의 바람이 현실세계의 단단한 벽에 부딪힐 때 가능한 한 부드럽게 안착할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것이다." 이 책의 성격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인기 없음,충분한 돈을 갖지 못함, 좌절, 곤경, 부적절한 존재, 상심한 마음 등을 위한 위안 등으로 구성돼 있다. 그래서 좌절, 불안, 행복, 의심, 분노, 상심, 곤경에 대해 철학이 보통 사람들의 삶에 어떤 유익함을 가져다줄 수 있는가를 확인해 준다. 좌절 부분에서 세네카는 분노를 일종의 광기로 본다. 그런데 인간은 능히 분노를 통제할 수 있다고 한다. 왜냐하면 분노는 이성적인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약간의 관념만 바꾸어 버리면 피할 수 있다. 어떤 관념의 변화가 필요한가. 우리 스스로 인간 존재의 피할 수 없는 불완전성과 화해할 때 가능하다고 한다. 세상에 일어날 수 없는 일이란 없다는 사실, 세상에 대해서 지나치게 높은 기대를 포기하는 순간에 분노를 피할 수 있다. 또한 인간의 삶은 한편으론 내일 역시 오늘과 비슷하리라는 확실성을, 다른 한편으론 내일 어쩌면 가공할 만한 사건을 겪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갖고 살아가는 것이다. 이 확실성과 가능성의 사이에 우리의 삶이 있다. 그렇다면 운명의 여신이 우리에게 어떤 일을 가져다 준다고 하더라도 그 모든 것을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궁극적으로 좌절을 딛고 행복으로 가는 길이다. 자본주의 체제는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사고 소비해야 돌아가는 체제다. 그런 체제 속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행복할 수 있을까. 저자는 에피쿠로스 학파로부터 행복에 대한 많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철학의 임무는 우리 각자가 원인 모를 우울증과 욕망의 충동을 해석하도록 돕고,또 그렇게 함으로써 행복을 추구하는데 있어서 그릇된 계획을 세우지 않도록 돌보는 것이다." <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gong@gong.co.kr >